▲ 변수지 공인노무사(노무사사무소 약속)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노인은 88만명으로, 많은 노인과 그 가족이 장기요양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장기요양등급 같은 조건에 따라 시설요양과 재가요양으로 나뉘는데, 수급자가 자택에서 생활하면서 장기요양을 하는 재가요양을 우선으로 한다. 서비스 대상자의 3분의 2가량이 재가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는 자격증을 따고 장기요양기관에 취업한 이들이다. 누군가의 삶이 존중받고 존엄하도록 돕는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이지만, 정작 노동인권은 임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부여하는 규정이 지난해부터 3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고, 올해부터는 5명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했다. 대부분의 장기요양기관이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부여해야 하는 사업장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재가요양보호사에게 법정 공휴일 휴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7%만이 법정 공휴일 근무에 따른 유급휴일수당을 지급받았다고 답했다. 그나마도 9.7% 중 절반이 안 되는 응답자만 유급휴일수당·가산수당까지 포함해 임금을 제대로 받았다.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시급으로 임금을 정산해 지급받기 때문에, 법정 공휴일에 근무를 하지 않으면 당일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 100%를 받아야 한다. 근무를 하면 휴일근무 가산수당 150%까지 총 250%의 임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당연히 지급돼야 할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인데도 많은 기관들이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가요양보호사들 역시 법정 공휴일에 대한 유급휴일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쉽게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다. 이야기하더라도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듣는다. 심한 경우 이의제기한 것을 이유로 업무적인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사실 낯선 일은 아니다. 거의 모든 재가요양보호사가 ‘당연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기도 하고, 언제 일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가요양은 업무 특성상 언제든 돌봄 대상자 사정으로 일이 중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임금 지급이나 휴업수당 없이 무급으로 대기한다. 예를 들어 대상자가 갑작스럽게 입원한 후 언제 퇴원을 할지 요원한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또 대상자가 요양원에 입소해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대상자가 사라지기도 한다. 기관에서 바로 대상자를 다시 배정해 줘야 하지만 바로 이뤄지지 못할 때도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인 사업장을 생각하면 당연히 휴업수당이 지급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요양보호사들도 생계를 고민하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휴업급여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기 어렵다. 안다고 하더라도 기관에 휴업급여를 청구하거나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 역시 여러모로 쉽지 않다.

어차피 휴업급여도 없이 기다려야 한다면 차라리 다른 장기요양기관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퇴직금이나 장기근속수당을 생각하면 이런 선택도 쉽지 않다. 장기근속수당은 한 장기요양기관에 3년·5년·7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추가로 인건비를 월 6만원·8만원·10만원 지급하는 제도다. 주 15시간 기준 가장 일반적인 급여 수준이 70만~80만원 가량이므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은 일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무급기간을 견디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기관만의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장기요양서비스는 민간위탁을 통해 빠르게 자리 잡은 복지제도로, 2020년 말 기준 재가장기요양기관은 1만9천621개에 달한다. 국민의 보편복지를 민간의 영리기관이 제공한다면 그만큼 정부의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정 공휴일 유급휴일수당을 많은 기관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관련 지침이나 공지도 없이 기관들의 노동법 위반을 방관하고 있다.

2018년 장기요양 인건비 현장점검에서 재가·시설 요양보호사의 평균 월급·시급 모두 수가상 인건비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기관이 받은 요양급여 중 인건비로 지급돼야 하는 비율은 고시상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 최소 인건비 지급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에게 제대로 된 노동조건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좋은 돌봄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하루빨리 요양보호사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이 지켜지고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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