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지회

현대위아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노동자에게 자회사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그룹 동일 계열사인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위아까지 불법파견 책임을 자회사 고용으로 피해 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지회장 김영일)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지회와 지난 8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9월1일부터 9차례 본교섭과 4차례 축소교섭을 했다. 자회사 제안은 지난달 20일 교섭 과정 중에 등장했다. 현대위아는 이후 지회가 직접고용을 고수하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패소한 동료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평택공장이 아닌 울산공장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지는 현대위아 압박
“직접고용 고수하면, 울산공장 가야”

노사 특별교섭은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위아 평택공장 노동자 64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48명의 노동자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2·3차 소송자 33명과 15명은 각각 1·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대법원 승소 노동자뿐만 아니라 평택공장 안 지회 조합원 모두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2심 계류 중인 노동자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보경업체’ 직원들을 모두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다.

현대위아는 직접고용할 경우 대법원 승소 노동자만 가능하며, 근무지는 울산공장이 될 것이라고 노조에 입장을 전한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보경업체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울산공장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평택공장 노동자들이 부당전보됐던 곳이자,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곳이다. 산업전환과 맞물려 생산수요가 적다. 전보 후 근무시간이 적어 임금이 감소하거나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사실상 자회사행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일 지회장은 “승소한 이들을 울산공장으로 가면 2·3차 하청업체 소송자들이 있는 사내하청 업체가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며 “게다가 울산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30여명 정도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64명)의 절반 수준인데, 순환휴직해 일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회사는 현대위아가 100% 출자해 설립한다. ‘불법파견 회피 꼼수’로 비판받은 현대제철의 현대ITC와 동일하다. 이 경우 2·3차 소송자와 대법원에서 패소한 ‘보경업체’ 직원까지 자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한다.

추가 불법파견 우려
‘자회사안’ 강행 가능성 커

노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회사에 대한 조합원 불신이다. 김영일 지회장은 “노조설립 이후 매년 탄압을 받아왔는데, 회사를 어떻게 믿냐는 것이 조합원들의 기본 정서”라며 “125명이 모두 자회사를 간다고 해도 자회사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택공장에서 울산공장으로 부당전보됐다. 전보를 거부한 노동자는 해고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5월 현대위아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현대위아쪽은 노조가 자회사안 수용을 확정해야 서면으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지회는 설명했다. 자회사행을 택한 노동자가 어떤 부품을 생산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평택공장을 추가로 설립해 자회사를 두는 안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어서 사측이 자회사 계획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평택·광주·안산공장 노동자들이 향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이번 평택공장 사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개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1천700명이 넘는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원고는 판결 즉시 현대위아와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됐지만 현대위아는 곤궁한 노동자들 처지를 이용해 탈법수단인 자회사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자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공공부문의 경우 상시·지속업무 원칙을 가지고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것이었지만 현대제철이나 현대위아 같은 경우는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에도 자회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정책을 모방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위아쪽은 “결론이 났다면 회사 입장을 밝힐 텐데, 협의를 진행 중인 부분으로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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