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방역 수칙을 어기고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준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정종건 판사)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 위원장이 노동자 단체 대표로 노동자의 힘든 삶을 널리 알리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장기간 행동이 제한되는 시기에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지자체장의 고시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당 기간 구금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집회 활동과 감염병 법규 준수의 조화를 이루는 노력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부여받았다”며 양형을 참작했다. 코로나19 확산 보고는 없었던 점도 양형 요소로 삼았다.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양 위원장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역마다 필요한 조치가 다른 점을 고려해 집회가 어떤 상황에서 금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양 위원장에게 적용된 감염병예방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자체 고시가 위법이라는 변호인 주장도 배척했다.
선고 직후 양 위원장의 부친은 “다시 자식의 얼굴을 보게 돼 기쁘다. 아버지로서 충분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용기를 잃지 말고 정의로운 일을 위해 싸워 주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이날 선고로 양 위원장은 오후 4시30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민주노총은 구치소 앞에서 석방 환영대회를 열고 양 위원장을 맞았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를 위한 정부와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는 와중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무조건 통제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항소 여부는 변호인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양 위원장에게 징역 1년6월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