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일방적인 제주칼호텔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집처럼 생각했던 곳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에요. 제주도 서귀포시에 또 다른 칼호텔이 있기는 하지만 전원 전환배치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직하기에도 나이가 적지 않아 걱정이에요.”

제주칼호텔 식음료부서에서 16년차 웨이터로 일한 김동현(39)씨는 9일 오전 7시 제주도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해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김씨는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3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고용보장 없는 매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1974년 준공된 제주칼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스타로드자산운용사가 주상복합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제주칼호텔에 근무하는 300여명의 노동자가 대량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각 절차가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철수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지부장 서승환)는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90%, 찬성률 84%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부가 신청한 쟁의조정 사건에서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일 2차 쟁의조정회의를 열었지만 결렬됐다. 서승환 지부장은 “15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칼호텔 매각시 고용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결의문이 채택될 예정인데 내용을 보고 투쟁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제주도민을 상대로 ‘고용보장 없는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1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도민 6천여명이 서명했다.

이날 열린 ‘조원태 회장 규탄 조합원 총력결의대회’에서 진에어노조를 포함해 8개 노조로 구성된 한진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노조·사측·인수업체 3자가 모여 투명한 매각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부는 사측 관계자와 스타로드자산운용사측에 밀실매각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제주지역 29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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