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다음달 발전 5사 계측제어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3년 혹은 6년마다 소속 용역업체가 바뀌는 계측제어 노동자들은 대표적인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 분야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2018년 사망한 고 김용균씨 동료들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25일 <매일노동뉴스>가 ‘계측제어 경상정비 소분과 11차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당초 민간 전문성 등을 이유로 이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한전KPS·발전 5사는 지난 22일 회의에서 ‘한전KPS 직고용 방식을 수용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음달 26일 계측제어 노동자 정규직 전환 최종 회의

발전사 경상정비 노·사·전문가 협의체는 지난해 1월 계측제어 경상정비 소분과를 출범했다. 지난 22일 회의가 11차째였다. 다음달 26일 마지막 회의를 예고한 상태다. 발전 5사는 민간 정비사에 계측제어 업무를 맡긴다. 5개 민간 정비사에 소속된 계측제어 노동자는 250여명이다.

한전KPS 직접고용쪽에 의견을 모았지만 이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민간 정비회사가 인력 유출을 이유로 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한전KPS도 일감 부족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전KPS는 석탄화력발전시장이 축소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일감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도록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의계약이 가능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의견이 필요하다. 발전 5사도 한전KPS의 물량 보전 요구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계측제어 노동자들은 한전KPS 직접고용을 바란다. 노·사·전 협의체 근로자위원인 박인범 수산ENS 근로자대표는 “우진엔택·오르비스·수산ENS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한전KPS 전환에 찬성했다”며 “과거에 한전KPS의 프로젝트 계약직이었던 계측제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같은 일을 하는 우리도 정규직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용역계약시 공공기관이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할 경우”에는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분류한다. 기준대로라면 계측제어 노동자는 1단계 전환 대상이다. 발전사는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엔지니어링 기술자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출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위원인 권순식 창원대 교수(경영학)는 “3년마다 용역업체가 바뀌며 고용불안에 떨었던 노동자들도 고용안정을 매우 원하는 상황”이라며 “한전KPS로 재공영화하는 데 회사가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 드러내 놓고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약 없는 기다림,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 노동자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 노·사·전 협의체는 2019년 12월 당정TF 권고에 따라 지난해 한전산업개발을 재공영화해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전력(지분 29%)과 발전 5사가 자유총연맹이 가진 한전산업개발 지분(31%)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유총연맹 지분 인수가 어려울 경우 별도 한전 자회사나 발전사 직접고용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전환 대신 처우개선으로 가닥을 잡은 경상정비 노동자도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경상정비 노·사·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후발 민간 정비업체가 발전정비 성장기업협의체를 구성하고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동수급 의무화를 요구하면서다. 군소업체 요구가 받아들여져 공동수급을 통해 입찰받는 정비량이 늘게 되면 노·사·전 협의체 소속 주요 8개 경상정비업체 노동자는 규모가 더 작은 회사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송상표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장은 “발전 5사와 노·사·전 협의체에서 능력이 없는 소규모 회사 난립으로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노무비 착복 가능성이 높은 군소업체가 난립할 수 있는 공동수급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발전 노동계는 이달 1일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정규직화 정책과 처우개선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국무조정실·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지만 한 달 가까이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경상정비 노·사·전 협의체는 지난 2월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춘 합의문을 도출했다. 경상정비 분야는 이미 민간시설이 70% 이상의 지분을 차지해 시장개방이 커 사실상 재공영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정소희·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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