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소중립 관련 법안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법에 탄소배출 감축량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축량을 정할 때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일 오전 ‘기후위기 대응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위기대응 추진체계정비, 국제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수행을 규정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한 의견청취 절차다. 현재 국회에는 8건의 법률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탄소배출 감축량 산업계·노동계 의견 반영해야”
국제사회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18년 10월1일~6일 인천에서 열린 유엔 산하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지난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영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이 목표치를 제시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목표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경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은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에너지학)는 “대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대내적으로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탄소를 많이 내뿜는 제조업에 산업이 치중돼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8.4%로, 유럽연합(16.4%)이나 미국(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중 8.4%이며 각 산업 생산량이 세계 10위 안팎에 자리 잡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을 줄이거나 국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맞는다.
전문가들은 산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서 탄소배출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사업자와 지역에 필요한 보상을 하며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인력 전환배치와 재교육, 신규사업 투입 등 지원을 통한 일자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 덴마크는 사업자에게 보상하고, 노동자와 지자체에 지원 등을 했지만 우리 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경 공동집행위원장도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 피해가 예상된다”며 “수동적인 사회적 안전망 제공이 아니라 관련 노동자, 지역사회의 주도적 참여와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술했다.
“매년 탄소배출량 명시” 의견도
유승훈 교수는 NDC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를 법에 적시하면 국민과 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면 일자리 감소, 전기요금 상승, 제품가격 상승 등의 사회적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며 “사회적 비용을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이 이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경 집행위원장은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의 예시를 들어 2050년 탄소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매년 그 목표를 재검토해 새로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일의 예시를 보면 2050년 목표만 기술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데 국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