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서비스노조는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립 장기요양기관을 민간위탁이 아닌 직접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저는 ‘진짜 사장’을 (단체교섭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교섭하면서 처우개선과 요양보호사가 겪는 어려움을 얘기하면 요양원을 민간위탁하는 재단은 그렇게 말해요. ‘재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답하기가 어렵다’고요. 민간위탁이 사회복지와 돌봄의 전문성 때문이 아니라 탁구하듯 책임을 미루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13년차 요양보호사 강미숙(55)씨가 일하는 성남시노인보건센터는 중원구 보건소 건물에 들어서 있다. 센터는 성남시에서 사업비를 받는 시립기관 성격을 가지지만 롯데의료재단을 통해 민간위탁 운영되는 장기요양기관이다. 건물주와 재원, 운영기관이 모두 다르다. 요양보호사들은 일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없다.

부천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서 일하는 이현자(59)씨도 강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단체교섭 중인 이씨는 민간위탁업체인 혜원의료재단에 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최저임금 노동자인 요양보호사들이 사업장에서 처우개선을 꾀하기 어려운 이유가 “민간위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립기관에서 해고당한 요양보호사, 민간위탁 구조 탓”

지난 1월 서울시립 중계노인요양원에서 한 요양보호사가 노인학대를 이유로 해고당한 사건이 있었다. 서비스 이용자가 요양보호사에게 욕을 했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밀친 일이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학대 상담을 하는 서울북부노인전문기관은 요양원의 신고를 받고 조사한 뒤 해당 요양보호사가 노인학대를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와 요양서비스노조는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10분 남짓 이뤄졌고, 어르신을 밀친 것은 폭력에 대한 방어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해당 요양보호사는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시립 장기요양기관에서도 요양노동자는 고용안정이 보장돼 있지 않다”며 “노인보호전문기관까지 민간위탁된 현재의 구조 속에서 요양보호사에게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 중계노인전문요양원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노인학대가 큰 문제인 만큼 복지시설에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주쯤 해당 요양보호사 부당해고 심문기일이 잡힌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2만5천개 요양기관 중 지자체 직접 운영은 극소수”

요양서비스노조는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시·구립 장기요양기관을 직접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서울시에 현재 위탁업체를 찾고 있는 서울시립 중랑노인전문요양원부터 직접 운영하라고 제안했다.

전현욱 노조 서울지부장은 “전국 2만5천개 요양기관 중 국공립은 2% 남짓이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민간에 재위탁한다”며 “서울에도 시립요양원이 7개 있지만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장기요양기관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면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씨와 이씨의 사례와 반대로 요양노동자들이 단체교섭에서 협상력을 지닌 사용자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전현욱 지부장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최상의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서울시가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고 요양제도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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