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 삼성지회의 삼성물산 과반수노조 지위를 인정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아래 복수노조 설립·지원으로 교섭권이 무력화됐던 지회가 10년 만에 과반수노조가 되면서 단체협상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0일 삼성지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지노위는 복수노조인 에버랜드노조가 제기한 과반수노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금속노조는 에버랜드노조가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으로 탄생한 노조인 만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은 “결정서가 나오기 전까지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기준에 대해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금속노조는 삼성물산에 성실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지노위에서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된 만큼 지회와 즉각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속노조는 노조파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도 요구했다. 에버랜드노조 전·현직 노조위원장 2명이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이들에 대한 적절한 인사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사측에 23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한 상태다.
교섭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에버랜드노조와 회사가 삼성물산 내 각 부문별로 근로조건 차이 등을 고려해 별도 교섭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리조트부문에서 실무협의를 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건설·패션·상사부문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 교섭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교섭단위 분리신청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노조가 요구한) 인사조치를 포함해 관련 실무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