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 7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이른 오전부터 한바탕 소란이 발생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일자리센터 안에서 단식농성을 하자, 농성자를 위력으로 끌어내려는 경찰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점거시간이 채 24시간도 되기 전에 자진퇴거 요청을 담은 1~3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며 버티자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강제퇴거 조치에 나섰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 김대훈)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 비용을 줄여 재정난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적자 누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의 자구책 요구 수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경찰도 당황했다더라”
김정남 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과 기노진 조합원은 각각 4월과 5월 결국 복직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회사가 지난 1월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터라 법정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지난 13일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과 만남이 성사되면서 기대를 걸었지만, 정 청장은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은 면담이 끝난 뒤 단식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점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무단 점유 해소시까지 인력 지원”을 경찰에 요청했다. 결국 두 노동자와 이태환 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이용덕 연대모임 활동가 4명은 경찰에 끌려 나와 강제연행됐다. 김 전 지부장은 연행 과정에서 찰과상을 입었고, 허리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며 “경찰도 당황했다고 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현 위원장은 “부당해고 판정을 두 번이나 받은 노동자가 복직하지 못한 이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 달라고 왔는데 강제연행되고 폭행당했다”며 “이게 나라냐”고 되물었다.
김계월 지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답해야 한다”며 “상식 있는 사회, 사람이 먼저인 나라,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라고 그렇게 외쳐대면서 경찰을 동원해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애원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연행해도 되느냐”고 말했다.
“안전인력 감축은 자구책 아닌 자살책”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천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5천865억원)보다 89.9%나 손실이 늘었다. 6년째 요금 동결에 무임수송 정책으로 계속해서 적자가 쌓여 왔는데, 코로나19로 지하철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재정악화가 심화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공사채 발행을 전제로 서울교통공사에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요금인상 같은 방법도 거론되지만, 코로나19 재난시기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자구책은 공사 자체 허리띠 졸라매기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노동자들은 재정적자 해소 방안으로 경영효율만 추구할까 우려한다. 인력감축은 곧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역무나 승무 등 직군에서 인력 10%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서울시나 행안부에서 자구책을 요구하니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올해 퇴직자와 유고인력 등으로 연말까지 700명을 충원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최소인원만 충원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관련 정책 향방은 이르면 15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은 이날 오 시장에게 첫 업무보고를 한다.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배석해 공사의 재정적자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김대훈 위원장은 “공사는 재정위기를 타개하고자 안전시설비용을 줄이고, 안전인력을 줄이고, 채용인력을 줄이는 자구책을 낸다고 한다”며 “살고자 하는 자구책이 아니라 죽고자 하는 자살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공공교통의 재정문제는 단순히 공기업 하나가 감당해야 하는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