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동자 과로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안산 한 건물 계단에서 40대 쿠팡 비정규 배송기사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 24일 인천 계양구 한 주택가 길가에 쓰러진 채 발견된 비정규 배송기사까지 과로사 추정 죽음을 맞은 노동자는 모두 7명이다. 지난해 10월 숨진 쿠팡 칠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기도 했다. 업무 중 사망한 노동자는 쿠팡친구(옛 쿠팡맨)라고 불리는 배송기사뿐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에서, 캠프 관리자(CL·Camp Leader)까지 다양하다. 쿠팡이 죽음의 사업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매일노동뉴스>가 쿠팡이 걸어온 길과 과로사 논란을 되짚어 봤다.

시총 84조원, 네이버 넘어선 쿠팡

쿠팡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온라인 시장규모는 160조원이다. 이 중 18%를 차지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를 쿠팡(14%)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나스닥시장 상장으로 시가총액은 이미 네이버를 넘어섰다. 상장 첫날 시총 100조원으로 온 세계를 놀라게 한 쿠팡은 현재 84조원 수준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의 시총은 26일 장마감 기준 63조원이다.

오늘날 쿠팡을 만든 것은 ‘로켓배송’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이커머스 회사로 설립된 쿠팡은 2014년 자정 이전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직매입한 상품을 물류센터에 구비한 뒤 주문이 들어오면 전국 자체 물류센터에서 상품 집품·포장·출고해 물류에 소요되는 시간을 급격히 단축시켰다. 물류센터에서 포장을 마친 상품은 물류터미널 ‘캠프’로 이동해 쿠팡친구가 고객의 집까지 배달한다.

쿠팡친구는 쿠팡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로, 365일 배송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배송품질을 고르게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1만5천명이 넘는 쿠팡친구를 직접고용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택배노동자를 사용했다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로켓와우클럽’ 서비스 개시도 그래서 가능했다. 로켓와우클럽은 소비자가 월 2천900원만 지불하면 주문금액이 1만9천800원이 넘지 않아도 무료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다. 무료반품은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계속 쿠팡을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효과(Lock-In)’ 효과 전략이다. 배송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정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가져다준다는 ‘로켓프레시’ 서비스가 2018년 시행됐고 쿠팡친구의 심야배송이 본격화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는 쿠팡의 성장을 재촉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은 13조3천억원으로 2019년(7조1천407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쿠팡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안착에도 성공했다.

1년 사이 급성장한 쿠팡
과로사·과로사 추정 죽음 7명
 

문제는 쿠팡의 급격한 성장세와 함께 쿠팡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단 점이다.

지금까지 숨진 쿠팡노동자는 7명 중 3명은 심야배송 중에, 3명은 물류센터 안에서 야간근무 중 혹은 야간근무를 마친 뒤 사망했다.<표 참고> 6명은 모두 계약직·일용직으로 비정규 노동자였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뉘어진 노동시장 속 업무속도를 측정해 빠른 업무 수행을 강요하는 UPH(unit per hour) 시스템, 신체에 무리를 주는 야간노동을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쿠팡은 쿠팡친구를 고용할 때 먼저 3개월 계약직으로 고용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계약기간을 9, 12개월씩 순차 연장한다. 2년이 되면 정규직 전환 심사를 통해 전환한다.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비정규 노동자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일용직이다. 다음날 또 일하기 위해 혹은 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 한다. 지난해 쿠팡발코로나피해자대책위원회는 ‘쿠팡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물류센터 비정규직 내부를 분할하고 위계화해 고용장치와 성과장치를 결합한 내부 경쟁과 통제 체제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반복되는 계약해지의 불안과 재계약의 희망을 강화하면서 노동의 속도를 가속화시킨다”고 진단했다.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한 차례 계약기간을 연장한 뒤 6개월째 쿠팡친구로 일하고 있는 김해진(28·가명)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어진 물량을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그게 곧 제 평가로 직결된다”며 “그러다 보니 과속을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마지막 배송까지 마친 뒤 눈앞이 핑 돌고 어지러워 관리자에게 당장 캠프에 복귀하기 어렵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하루에 세 번 교통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외곽지역에서 심야·새벽시간 배송하는 그는 시간 내 배송을 마치려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운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입사 초기 120가구였던 물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었고, 하루에 140~160가구를 배달한다고 한다. 오후 9시30분에 출근 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쳐야 하는 시스템으로 심적 부담이 적지 않다. 김씨는 “신선식품은 7시가 넘어가면 아예 폐기돼 무조건 시간 내에 해야 한다”며 “의무 휴식시간이라고 해서 앱이 잠기는 시간이 한 시간 있지만, 그 시간에 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지부장 정진영)에 가입한 조합원이 있는 캠프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이 정진영 지부장의 지적이다. 1만5천명의 쿠팡친구 중 조합원은 200여명으로 1% 수준에 불과하다.

과로사 의심 반박하더니
병가 통제, 무기계약직 전환 까다롭게

현장 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강도, 열악한 업무환경을 입 모아 증언하지만 과로사 추정 죽음이 발생할 때마다 쿠팡은 업무와 죽음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바빴다. 고인이 처리한 물량이 동료가 수행하는 물량보다 많지 않은 수준이었다든가, 노동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등 근로기준법를 준수했다는 것이다.

쿠팡이 과로사 책임을 인정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10월 고인이 된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27)씨의 산재를 인정한 직후다. 장씨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새벽에 귀가했고 욕실에 쓰러져 숨졌다. 같은달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청문회에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참석해 근로자 업무 경감을 위한 자동화 설비 투자와 UPH 폐지 후 감사 계획, 연속 근로일수 제한 등의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근무환경 변화를 담은 쿠팡의 취업규칙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과로사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일용직·기간제(3/9/12개월)·정규직’으로 위계화된 구조를 지적하며 불안정한 노동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쿠팡은 “기간제 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평가 결과 기준점 이상인 경우에도 회사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의무는 없다”는 내용을 변경된 취업규칙에 신설했다. 이것도 모자라 “기간제 직원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더해 ‘자율성’을 강조했다.

병가 사용 절차도 강화했다. 이전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는 질병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 관리자 승인만 받으면 됐지만, 변경된 취업규칙에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시스템을 통한 노동자 통제가 오히려 강화된 모양새다.

공공운수노조는 “쿠팡 취업규칙 개정안에는 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은 없다”며 “노동조건 개악을 중단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필요한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공식사과와 함께 UPH 폐지 등 변화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과로사 논란에 대해 보도해 온 언론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회사가 현장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은 좀체 보기 어려워서다.

쿠팡은 지난해 5월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도 공식사과한 적이 없다. 2018년 쿠팡지부와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임금에 관한 논의는 시작도 못했고 3년 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에 라이더유니온이 쿠팡에 교섭을 신청하면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