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 자료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경쟁을 강조하는 조직관리가 동료 간 긍정적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역량활용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계적 조직문화 역시 노동자의 자율성을 제한해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꺼리게 한다고 분석됐다. 연구진은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해 자율과 재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터를 혁신해야 노동자가 온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는 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노동자는 왜 역량을 발휘하지 못 하는가’ 보고서에 실렸다. 반가운·김봄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을 비롯한 6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도 기업 조직이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 노동자 상황에 주목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2011~2012년, 2014~2015년, 2017년 국제성인역량조사와 갤럽의 23~65세 성인 대상 2014~2016년 세계조사를 활용하고, 별도로 5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 3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했다.

한국 노동자, 가진 기술 대비 88% 수준만 발휘

연구 결과 한국 노동자는 자신의 기술 대비 88% 수준의 업무에 종사하고, 전체 노동시간 중 76%만 업무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을 가진 일에 사용하는 노동시간은 56%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실제 기술사용 비율(88%)과 실제 업무시간 중 몰입한 비율(76%)을 곱한 67%를 실질역량 활용으로 정의했다. 가진 역량의 3분의 2만 실질적인 업무에 쏟는다는 얘기다. 열정이 있는 업무에 쏟는 열정역량 활용은 49%로 더욱 낮았다.

이처럼 역량활용이 낮은 것은 자기결정권이 없고 조직문화가 위계적인 데서 비롯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자기결정·조직문화가 역량 발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관계 3.015점, 자율성 2.888점, 리더십 2.033점, 발언권 1.299점, 수평조직 0.644점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적 조직문화에서 개인의 역량활용에 긍정적 인간관계가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업무) 몰입을 포기하는 학습된 무력감은 동료들과의 관계 실패에서 발생한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조직관리를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역량활용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함의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수평조직의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자율성과 발언권이 갖는 의미와 함께 해석해 보면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고 노동자에게 많은 권한과 재량을 줄 때 노동자가 본인의 역량과 열정을 더 발휘한다는 해석을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자율성은 특히 열정역량 활용에 미치는 영향이 4.038점으로 더욱 컸다. 관계 2.648점, 리더십 2.574점, 발언권 1.350점, 수평조직 0.102점 순이다.

“유능한 노동자에게 도전적 업무 안 주는 위계적 문화”

노동자 스스로 주어진 업무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유능감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질역량 활용과 열정역량 활용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2.708점과 -1.871점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끼는 노동자는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도 못하고, 몰입해서 일하면 업무시간 일부만 사용하더라도 일처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일터에서 유능한 노동자 개인에게 추가적으로 도전할 만한 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그런 도전을 용납하지 못하는 위계적 조직문화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려면 이런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노동자 개인이 갖는 자율과 권한의 부족, 리더와 바람직한 관계 맺기 실패, 수평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조직문화가 역량 발휘를 못 하는 원인”이라며 “관리를 강화하는 게 아닌 자율과 재량을 지향하는 방식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에만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을 넘어 노동에게 권한과 자유, 행복을 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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