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인력부족 해소대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 중인 지방의료원 구조를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원이 스스로 수익을 내 운영하는 지금 구조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이유다.
지난 2일 농성을 시작한 보건의료노조는 설연휴 기간에 농성을 일시 중단했다. 15일부터 재개한다.
30여년 전 일반 행정조직서 독립채산제로
코로나19 환자 받으면서 수익구조 막혀
지방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전국에 35개가 있다. 수익 창출보다는 지역주민 건강증진과 지역 의료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운영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능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수익성까지 신경 써야 한다.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의 전신은 일반 행정조직인 시·도립병원이다. 국가 지원만을 받아 방만한 경영을 한다는 이유로 1982년 7월부터 간접경영·독립채산제로 운영됐다. 1983년 29개였던 지방의료원은 현재 35곳으로 증가했다. 입원과 외래환자를 받아 생기는 의료수익은 물론, 장례식장과 주차장 운영 같은 부대사업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 나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런 구조가 지속가능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가 터지자 지방의료원은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지방의료원으로 몰렸다. 기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켰다. 장례식장 운영도 중단했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강해졌다. 병원 수익은 급감해 임금체불도 늘었다. 정부가 지방의료원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노동자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임시처방 손실보상 한계 뚜렷
정부는 손실보상을 통해 병원 수익을 보전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에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손실보상금을 개산급 형태로 지급했다. 개산급은 손실이 최종 확정되기 전 잠정적으로 산정한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지급 기준이 세워지기 전에는 병상을 운영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만 보상하다가, 보상범위가 확대돼 부대사업을 못 하면서 발생한 손실도 보상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이 잇따르고, 이를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개산급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강릉의료원은 지난해 6월부터 개산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12월에는 병원이 5억원을 빌려와 임금을 지급했다. 파주의료원에서는 버티다 못한 간호사 5명이 지난해 연말에 일을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현섭 이천병원지부장은 “매점운영 중단 등으로 발생한 손실처럼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병원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용남 삼척의료원지부장은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지자체는 인건비 부담이 너무 심하다”며 “독립채산제 방식을 바꿔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인건비와 같은 고정 지출비용은 정부에서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앞 농성 중인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의료기관 정원 확대, 추가 확보 인력의 인건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생명안전수당을 만들어 코로나19 대응인력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상체계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약속한 공공병상 확대와 함께 모든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의 병상을 300~500병상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지원계획을 올해 이행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