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의원들이 5일 오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의결하기로 합의하면서 법안심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처벌 수위를 정부안보다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무겁게 처벌한다는 애초 법 제정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오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심의했다. 심사 대상은 국민동의청원으로 상정된 법안을 비롯해 6건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다.

여야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하한선을 1년 이상으로 두기로 합의했다. 벌금형은 하한선을 없애는 대신 상한선을 10억원으로 잠정합의했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안보다 처벌수위를 낮췄다. 정부는 2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 이상 10억원 미만 벌금을 제시했다.

법인의 경우 사망사고시 50억원 이하 벌금, 부상 사고나 질병 산재를 일으키면 10억원 이하 벌금을 각각 부과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아예 처벌 하한선이 없다.

백혜련 법사위 여당 간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범위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굉장히 넓어 다양한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처벌수위를 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선고받은 평균 벌금액은 500만원이 넘지 않는다. 벌금 하한선을 없애면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경우 전년도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봐주기용 법안심사라는 비판이 높다.

정의당은 반발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경영책임자 처벌수위는 낮아지고 법인에 대한 처벌 하한은 아예 삭제돼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남용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며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대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심상정 의원은 “노동자 목숨이 걸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큼은 재계에 내줘선 안 된다”며 “정의당은 입법현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지난 3일 병원에 입원한 강은미 의원도 이날 휠체어를 타고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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