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로 곡기를 끊은 지 25일째를 맞은 산재노동자 유가족 김미숙·이용관씨는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8일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벌써부터 기업 경영책임자 대신 안전보건 담당자를 처벌 대상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경영책임자 범위, 좁히고 좁혀 안전보건 담당자로?
5일 법안소위에서 최대 쟁점은 경영책임자 범위와 법 적용 유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책임자 범위는 지난달 30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긴 시간 논의가 이어졌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경영책임자는 이 법의 책임주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와 해당 법인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법안소위에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잠정합의한 상태다. 대표이사·이사 같은 명칭이 사라지고 ‘ 및’ 대신 ‘또는’으로 들어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그 아래 직책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기존 상황이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했지만 법안소위에서는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사업장 단위로 한정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법률단체는 이날 법안소위에 제출한 공동의견서에서 “원청의 책임은 설비나 장소 등에 대한 지배 또는 관리로만 한정될 수 없다”며 “현재 소위 논의에 따르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이행점검단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의무에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발주자의 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의무는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노동계에서도 입장 차
법 적용 시기에 대한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안은 50명 미만 사업장은 4년, 50명~99명 사업장은 2년간 적용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여당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4년간 노동자의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를 방치하는 것”이라며 정부안을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도 적용유예 만큼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반면에 한국노총은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하청업체가 많기 때문에 원청에 중대재해 책임을 확실히 묻도록 규정하면 적용시기를 유예해도 법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며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조치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용을 유예하되 기간은 조정하자”는 의견을 지난 연말 법사위 여야 간사에 전달했다.
고 김용균 특조위 이행점검단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에서 제안한 것처럼 ‘국가와 지자체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소요되는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해 소규모 사업장이나 개인사업자가 안전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일정 시행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전면적으로 법을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안소위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정 하한형 규정 없으면 법 형해화 할 것”
한국노총과 노동법률단체는 일제히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하한선이 있는 자유형이 있어야만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고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 또는 수입액에 비례한 징벌적 벌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징벌적 벌금형에 하한 규정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손해액의 3~10배, 박주민 의원은 5배 이상으로 규정한 데 비해 정부안에서는 상한의 5배 이내로 하한형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다.
공무원 처벌특례와 인과관계 추정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박주민 의원안은 결재권자인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했지만 정부안은 형법상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때만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소위에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