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전국 의대생 2천700여명에게 재응시 기회를 준다는 소식에 반발이 거세다.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는 특혜라는 비판이다. 정부는 차질 없는 공공의료 강화 대책 시행 등을 이유로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지만, 보건의료계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말 바꾸기에
“원칙 어겼다” 비판
당초 정부는 다른 국시와의 형평성과 공정성,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국시 추가 응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국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하는 내용의 국시 미응시자 구제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의대생이 참여하면서 2천700명이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아 신규의사 공백이 생기고, 공중보건의는 약 38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중보건의는 공공의료기관과 취약지 필수의료 제공을 담당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입장 선회 이유를 밝혔다. 올해 신규 응시자 3천200여명과 지난해 응시취소자 2천700여명을 합해 6천여명을 대상으로 실기시험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운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정부는 상반기 국시 개최를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할 방침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국시 실기시험은 90일 전 공고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는 예외적으로 의료 인력의 긴급한 충원이 필요한 경우 공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형평성, 공정성, 윤리적인 면에서 벗어난 국시 거부 의대생 재응시 절대 반대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대생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절차에 따라 시험접수를 철회하고 응시비용을 돌려 받았으니 온전히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인데도 국시 응시 기회를 주는 건 특혜라는 내용이다. 4일 기준 5천여명이 동의했다.
의사 확대정책은 사실상 중단
“특혜 아닌 제도개선 추진해야”
보건의료계는 정부의 입장 선회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의사 집단행동은 공공의료 강화 대책 거부에서 출발했다는 이유다.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반대하면서 집단행동했다. 코로나19로 한국의 적은 의사수와 필수분야 인력이 두드러지면서 정부정책이 추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의사 수도권 쏠림 현상과 부족한 역학조사관의 실태가 드러났다.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3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 2.3명이라는 사실이 주목받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 사태로 불거진 이번 사태의 해결과 마무리는 국시 재응시가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의 추진이어야 한다”며 “부족한 의사인력과 양극화한 의사배치를 해결할 제도개선 의지를 보여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코로나19 이후에나 논의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기로 합의하고 의정협의체를 만들었다. 의정협의체는 오는 6일 4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