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의 집하금지 조치와 수수료 인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롯데택배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획득하자 롯데택배가 조합원 배송구역으로 가는 물품 접수를 금지하는 ‘집하금지’ 조치를 취했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철회했다.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아직 파업 절차도 밟지 않았는데 롯데택배가 일방적으로 택배접수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서울·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강동·송파, 경기 성남·수지 등을 배송구역으로 하는 4개 대리점에 대한 조정회의 결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롯데택배 노동자는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노조는 롯데택배 대리점과 개별교섭을 진행해 왔다.

“접수 중단에 수수료 3분의2 감소”

롯데택배는 지노위의 조정중지 결정 이틀 뒤 “(송장) 출력제한(배송) 점소 현황”을 공지로 알렸다. 노조는 이 사실을 롯데택배 대리점장들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알았다. 송장이 출력되지 않으면 고객은 배송을 위한 물건을 접수할 수 없다. 고객이 물건을 보내지 않으면 택배노동자가 배송해야 할 물량이 줄어든다. 택배노동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아, 임금이 감소하거나 아예 없어질 수 없다는 의미다.

노조는 “출력을 제한한 대리점은 이번에 조정중지된 4곳을 포함해 모두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이라며 “왜 출력을 제한하는지 어떤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롯데택배는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관계가 아니니 대리점과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며 “그런데 택배접수 중단 조치는 네 개 대리점장들의 요구와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롯데택배는 노조의 문제제기 직후 택배접수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25일 일부 지역에 전산제한이 있었던 부분은 파업 대비 고객 배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롯데택배의 택배접수 중단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울산지회는 지난 8월 쟁의권을 확보한 뒤 세변의 합이 160센티미터가 넘는 제품은 택배 규격에 어긋나는 상품이라며 배송을 거부했다. 그러자 9월께 “택배 접수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피해 노동자 중 한 명인 이석봉 롯데울산지회장은 “살기 위해 오전 9시 출근투쟁도 하고 (분류작업을 마치지 않더라도) 오전 11시에 출차하기도 했는데 돌아온 것은 집하금지”라고 토로했다. 이 지회장은 “롯데택배 노동자는 한 달에 통상 3천~3천500개 배송을 하는데 집하가 금지되면서 1천개도 안 되는 (배송)물량을 가지고 일한다”며 “(집하금지 조치로 수수료가 줄어) 은행에 대출을 받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택배접수 금지 조치에도 배송물량이 남은 이유는 롯데택배가 대형화주사에게 받는 일부 물품은 접수를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 한 시에 2차 분류작업 마치기도”

이날 롯데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알려졌다. 구자은 롯데송파지회장은 “오후 2시20분부터 분류작업을 시작해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난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롯데택배 대리점에서는 간선차의 하차 작업이 모두 끝난 뒤 분류작업을 시작해, 분류작업 시간이 더 지연된다. 구 지회장은 “생물부터 먼저 배송한 뒤 다시 돌아와 분류작업을 하니, 오후 11시나 새벽 1시가 돼 2차 분류작업이 끝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진경호 수석부위원장은 “내일 오전 서울복합물류센터 앞에서 전체 조합원이 참가하는 강력한 투쟁 출정식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택배는 코로나19로 물량이 증대해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택배노동자의 수수료 삭감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서울 송파의 경우 2017년 968원이던 수수료가 2018년 935원, 2019년 880원까지 떨어졌다”며 “올해에는 부가세를 포함해 825원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일하는 롯데택배 노동자도 2018년 수수료가 1천130원이었지만 최근 건당 수수료 84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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