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실무기구 논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일부 공무원단체는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공무원연금을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정남 기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 과정에 참여했던 공무원단체 다수가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공무원연금 개편과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두 당 대표 회동 직후 전체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보험료 빨리 올리고, 수령액은 천천히 덜 받고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료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수령액은 천천히 덜 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무원과 정부의 연금 기여율과 부담률을 현행 각각 7%에서 5년에 걸쳐 9%로 올린다.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향후 20년에 걸쳐 1.7%로 천천히 내린다. 5년 뒤 공무원 보험료 부담은 현행보다 28.6% 늘어나고, 수령액은 20년 뒤 10.5% 깎인다는 뜻이다.

연금을 받는 연령도 높아진다. 현재 2010년 이전 임용공무원의 연금지급개시 연령은 60세, 이후 임용자는 65세다. 개정안은 2033년부터 65세로 일괄 적용한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이전 임용자와 이후 임용자에게 각각 70%와 60%로 적용되던 유족연금액은 모든 공무원이 60%를 적용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매년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연금을 인상해 왔지만 향후 5년간(2020년까지)은 동결된다.

국민연금 방식의 소득재분배 산식이 도입된 점도 눈에 띈다. 공무원연금은 본인의 전 기간 평균기준소득월액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된다. 개정안은 전체 공무원평균기준소득과 본인 소득을 각각 50%씩 반영해 연금액 기준을 정한다. 하위 공무원의 납입한 보험료 대비 연금급여액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연금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두 당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4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사회적 대타협은 없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편을 논의한 실무기구 합의에 따라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무기구에 참여한 공무원단체의 입장은 엇갈렸다.

1일 오전부터 2일 새벽까지 띄엄띄엄 진행된 실무기구 회의에서 노사정은 공무원연금 기여율과 지급률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절충점을 찾아갔다. 국회와 공무원단체의 설명을 종합하면 실무기구는 2일 새벽 3시께 공무원연금 개혁안·공적연금 강화 합의문·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인사정책적 개선방안 등 세 개의 합의문 작성을 마무리했다.

실무기구에 참여하고 있던 공무원노조는 2일 오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합의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실무기구 합의안은 한국교총·공노총의 서명만 담긴 반쪽짜리 합의문이 됐다. 대타협은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실무기구에서 합의가 됐다고 보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공표했다.
 

 


공적연금 강화는 백지수표, 이행까지 첩첩산중

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는 2일 오후 각각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무기구에서 합의되지 않은 개정안은 원천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무원연금 복원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두 노조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두 당 합의가 백지수표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두 당 대표는 2일 합의문에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8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기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해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사회적 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입법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같은날 처리한다. 기구가 마련한 단일안 혹은 복수안을 특위에 제출하고, 특위가 심의·의결해 8월 본회의에서 입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적연금 강화 논의가 합의대로 진행되려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수혜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다. 대표자가 정해지더라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매끄럽게 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계가 보험료 인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연금처럼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2일 두 당 대표 회동에 앞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를 찾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도 문 장관과 비슷한 의견을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했다. 결국 국민연금 강화는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합의를 지킬 때만이 성사될 수 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이 2일 논평에서 "새누리당이 국민연금 강화를 통해 국민 노후를 보장하자고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무원단체, 개정안 처리 후 각자도생?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노총·공무원노조·한국교총·전교조 등이 꾸린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는 2일 성명에서 "공무원들의 노후를 팔아먹어 버리고 만 일부 교원·공무원단체는 107만 공무원들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각오하라"며 "여야가 정치적 야합으로 공무원연금 개악을 계속 강행하더라도 전교조는 공적연금 강화를 통한 국민 노후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개정안을 인정하지 않고 총력투쟁을 전개해 공무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며 "국민 노후를 위한 공적연금 강화 투쟁에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노총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싸울 힘이 빠졌는지, 실무기구 협상에서 합의를 하려는 입장을 취해 공무원단체들이 압박을 많이 받았다"며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입법화가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동시에 처리되지 않고 이후 국회 대화기구로 논의가 넘어가게 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실무기구는 공무원연금 개편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 차원에서 공무원 인사정책적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개월 안에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가 인사혁신처에 설치된다. 운영기간은 6개월 이내다. 공무원연금 지급개시 연령 65세 연장과 하위공무원 보수개선, 승진제도 개선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협의기구 논의 결과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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