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김초원 선생님은 지난 16일이 생일이다. 아이들의 손 편지와 꽃다발을 받고 좋아했던 김 선생님 모습은 이제 영정 사진을 통해 볼 수밖에 없다. 김 선생님의 시간은 1년 전 세월호 참사 후 멈춰버렸다.

당시 26살이었던 김 선생님은 처음 담임교사를 맡아 39명 아이들을 인솔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태운 세월호는 진도 앞 바다를 지나면서 느닷없이 급회전을 하더니만 침몰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선내방송에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선체가 급격하게 기울고, 배가 가라앉으면서 필사적인 탈출시도가 이어졌다. 당시 김 선생님은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위치였던 세월호 5층 객실에 머물렀다. 반면 김 선생님의 학급 아이들은 4층에 있었다.

비명과 울음소리가 가득한 선내에서 김 선생님은 머뭇거리지 않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 아이들과 함께 탈출하려던 김 선생님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김 선생님은 2학년 3반 29명 아이들의 영원한 담임 선생님이 됐다. 세월호에서 탈출한 강민규 단원고 전 교감은 김초원 선생님을 포함한 기간제 교사들의 희생을 알렸다.

김초원 선생님은 아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참스승이었다. 하지만 김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1년째 ‘순직 교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이지혜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순직은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인정되는데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에 한정한다. 담당 정부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순직 대상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해석했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이기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간제 교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별받는 셈이다.

전국의 기간제교사는 전체교원(42만7천689명)의 9.47%인 4만493명에 달한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원을 대신해 담임업무를 수행한다. 계약기간 갱신을 통해 최대 4년 동안 임용되기도 한다. 기간제 교사는 근무기간이나 업무내용에서 정규직 교원과의 차이는 없다. 반면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원에게 적용되는 맞춤형 복지제도 혜택에서 배제된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강원·경남을 제외한 15개 시·도교육청 기간제 교사는 맞춤형 복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교사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니 업무와 관련한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도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뿐 아니라 단체보험 혜택도 못 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차별을 조장해서야 되는가. 이러니 ‘구조엔 무능하고 차별엔 능한 정부’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인권위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기간제 교사가 학교 교육활동으로 인한 피해인데도 기본적인 안전망을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정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영정에 붙인 차별의 딱지를 걷어내라는 것이다. 두 선생님은 당연히 순직 교사로 인정돼야 한다. 나아가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 복지 차별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이것이 자신의 목숨보다 아이들이 먼저라는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정부가 지켜야 할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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