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8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간사와 전문가그룹이 참여하는 연석회의가 지금까지 확인된 노사정 입장을 토대로 합의 도출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한다. 합의시한은 3월 말까지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지방관서장 회의를 열어 노사정위 논의상황을 공유했다.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 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문가 1그룹과 2그룹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각각 검토의견을 내놓았다. 노사정위와 정부가 노사정 합의 도출에 필요한 기초자료는 준비한 셈이다.

하지만 그간 노사정이 입장차만 확인한 데다, 전문가그룹이 어정쩡한 검토의견을 내놓아 이달 말까지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위 전문가 2그룹이 내놓은 '어정쩡한' 검토의견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를 논의해 온 특위 전문가 2그룹(간사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은 지난 6일 제출한 검토의견에서 핵심 쟁점인 기간제 기간 연장과 파견근로 확대에 대해 찬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현행법에서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 사용기간을 유지하되 당사자가 원할 경우 노사합의·퇴직급여 적용·갱신횟수 제한·이직수당 지급을 전제조건으로 기간연장을 허용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면서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면 기간제 일자리 고착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내부 이견을 함께 언급했다.

전문가 2그룹은 사내하도급 남용과 불법파견 방지책으로는 근로감독 강화와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법 제정을 주문했다. 파견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현재 상태에서는 관련법이 있는) 파견근로가 사내하도급보다는 고용안정을 규율하기 쉽다”면서도 “장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기간제 사용기간과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안과 맥락을 함께하면서도 반대의견을 병기한 것이다.

공익전문가들은 주요 쟁점인 일반해고 기준·절차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정부안과 달리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과자에 대한 고용조건 조정이 필요하다는 찬성의견과 해고가 남용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모두 수용한 방안이다.

노동계·경영계 서로 “우리만 불리”

전문가그룹이 제출한 이도 저도 아닌 검토의견은 노사정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이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기본방향과 원칙에 합의한 뒤 입장차만 확인했다. 기업 단위 교섭을 예로 든다면 노사가 각자 요구안과 입장을 한 번씩 얘기하는 일회독만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위한 핵심 과제인 경제민주화 방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은 데다, 그나마 제시된 방안도 재계 편향”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공익전문가들이 기업의 사정이나 노동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채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정 대화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예고한 대로 4월24일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박성식 대변인은 “정부가 노사정위 논의와 공익안을 발판으로 노동자 죽이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노사정 협상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해야 할 전문가그룹조차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사 양측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집중교섭을 통해 단순히 주고받기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보다는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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