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 2그룹이 지난 6일 공익전문가안(검토의견)을 특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전문가 2그룹은 그러나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같은 비정규직 고용규제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해고 요건 기준·절차 마련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 재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만든 법률로 규율해야 하다는 뜻이다.

사회안전망은 확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노동시장특위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공익전문가안을 보고받았다.

◇기간 연장·파견 확대, 의견일치 실패=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한 노사정 간 쟁점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여부, 정규직 해고요건 강화 혹은 완화로 압축된다. 핵심 목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를 어떤 방법으로 개선할 것인가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 완화에, 노동계는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간제와 관련해 특위 전문가 2그룹은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불합리한 격차가 해소되지 않아 이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데 노사정이 의견접근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확립 △불합리한 차별 금지 △기간제 노동자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35세 이상 기간제 사용기간 4년 방안은 공익전문가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일부는 기간제 사용제한 2년을 유지하되, 노사합의·갱신횟수 제한·적정수준 이직수당 보장을 전제로 본인이 희망할 경우 기간제한 예외조항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장기간은 적시하지 않았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사용기간을 연장할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기간제로 전환되고 기존 기간제 일자리가 고착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반대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 관련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평균 이하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지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뒤 기간제 규제완화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32.8%로 OECD 평균(19.2%)을 훨씬 웃돈다. 이에 반해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은 19.8%로 OECD 평균(33.7%)보다 낮다.

◇하도급 남용 방지 '일치' 파견 확대 '이견'=공익전문가들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사내하도급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하고 위장도급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직업안정법 개정과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법 제정 등 법률적 규제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은 노동계가 "사내하도급을 확대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법안이다.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익전문가들은 파견업종 확대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는 도급 수요를 줄이기 위해 파견업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익전문가들은 도급에 대한 규율 없이 파견 규제만 완화할 경우 파견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고, 사내하도급 규제효과도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고요건, 정부 재량 아닌 입법으로=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 고용유연화와 연동해 거론하면서 노사정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이다. 공익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입법적 해결”을 강조했다. 근로 성적이나 근태 불량을 이유로 징계해고가 반복되고 퇴출프로그램처럼 기형적 해고행태가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긴 하지만 고용조정제도를 정부 재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행정지침인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일반해고 기준·절차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익전문가들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입법적 해결을 명시하면서 정부에 "고용유연화 이슈에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일반해고 논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이 없을뿐더러 정부가 해고요건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공익전문가 역시 “고용해지 기준·절차 마련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남용되거나 경영상 해고를 위한 우회적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은 원론적 언급=공익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사회안전망 강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취약계층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근로자 중심 보호에서 노동시장 참여자 중심 보호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5인 미만 소기업 노동자처럼 근기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고용안전망을 다시 짜라는 말이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을 요구한 것은 그 일환이다. 이와 관련해 경영계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은 근로자성 부여로 이어져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익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10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 확대도 제안했다. 실업급여 수급기간과 급여수준도 확대도 주문했다. 전제는 일자리 제의를 거부할 경우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익전문가들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과학적·합리적 결정을 위한 통계기준·산입임금 범위·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데 그쳤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저임금·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핵심 대책”이라며 “대폭 인상해도 모자랄 판에 (공익전문가들이) 원론적인 언급에 그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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