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변호사
(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26309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1. 경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4월2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전교조 규약이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시정하라는 규약시정명령을 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1조는 노조의 규약이 위법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노조에 대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노조가 이 같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4월6일 시정명령 이행기간 연장신청을 하는 한편 6월29일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1월5일 서울행정법원은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현직교원만이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와 달리 정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은 위법하고, 이를 시정하라고 한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2012년 1월12일 동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같은해 9월17일 노동부는 다시 전교조에 대해 규약시정명령을 했다. 그리고 그해 연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듬해인 지난해 초부터 언론에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 소식이 흘러나왔다. 9월23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30일 내에 해직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고 9명의 해직교원을 노조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를 통보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10월16일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수용할 것인지에 관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의 80%가 투표에 참여하여 68%가 노동부의 부당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데 표를 던졌다.

그리고 해직자 배제 요구가 있은 지 정확히 30일이 지난 10월24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단지 해직교원 9명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교육부는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해지 및 단체교섭 중단을 발표했다. 또한 30일 내에 전임자 전원이 복귀할 것과 현재 교육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무실로부터 퇴거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전교조는 같은날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1월13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의 효력정지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 선고시까지 법외노조통보의 효력을 정지했다. 적어도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적법 여부가 다투어지는 동안에는 처분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이로 인한 노조의 손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7월16일 서울행정법원은 최종 본안 판단에서 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1심 판결 선고시까지 효력이 정지됐던 법외노조통보처분은 다시 효력이 발생했고, 다음날 교육부는 신임 교육감들에게 전임자 복귀·사무실 퇴거·기존 단협 실효·단체교섭 거부 등 법외노조 후속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2. 판결의 요지 및 판결의 문제점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쟁점은 해직교원이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곧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 여부의 문제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 직무의 특수성에 비춰 볼 때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교원은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윤리성·자주성·중립성·공공성 및 전문성이 강조되므로, 입법자는 교원의 단결권 등에 관해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더욱 특별한 규율을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교원노조 가입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상 단결권의 주체로서 ‘근로자’란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해고자·실업자 역시 포함한다. 노동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 한 해고자 역시 단결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단결의 필요성은 해직교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특히 역사적으로 근로자의 단결권은 이에 대한 금지입법(1800년 영국의 단결금지법, 1845년 독일의 프러시아 산업조례)의 철폐와 시민법상 민·형사 책임 법리의 수정에 따라 법적으로 승인된 것이다. 따라서 단결권은 1차적으로 국가의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그런데 1심 판결은 어떤 직무가 윤리적 성격을 가질 경우 국가가 이를 이유로 해당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해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입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집단적인 노사자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단결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결국 교원 직무의 윤리성을 이유로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2조를 합헌이라고 본 1심 판결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교원노조 자체를 불온시하고 허가의 대상으로 보던 관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쟁점은 설사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이 금지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행정관청이 규약시정명령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노조의 법적 지위까지도 부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한 법률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행정관청에 의한 법외노조통보 규정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만 있을 뿐, 모법인 노조법은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현행 노조법이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노조법 제2조 제4호 노조의 정의 규정으로부터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 권한을 도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행 노조법 어디에도 행정관청에 의한 법외노조통보 규정은 없다. 이는 관련 규정의 입법연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항쟁을 거쳐 국회는 종래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명 높던 옛 노조법상 행정관청의 노조해산명령권을 법률에서 삭제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8년 노태우 정권은 같은 내용을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시켰는데, 당시 부활된 규정이 바로 현행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법외노조통보 규정이다. 이같이 현행 노조법에는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 권한이 규정돼 있지 않음에도 만연히 이를 노조법상 노조의 정의 규정으로부터 도출한 1심 판결은 사실상 행정관청에 의한 자의적인 노조 통제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1987년 민주항쟁의 성과로서 삭제된 행정관청의 노조해산명령권을 시행령으로 다시금 부활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 쟁점은 설사 행정관청이 법외노조통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직교원이 단 1명이라도 노조에 가입하기만 하면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됐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의 지위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본문에서 노조의 적극적 요건을 규정하고, 단서에서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등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해 노조의 소극적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노조를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단서의 해석이 문제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직교원이 단 1명이라도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 노조가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의 지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어용노조를 막고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위 규정은 단순히 근로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고 있으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합원의 다수가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됨으로써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훼손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노조법 제2조 제4호의 해석과 관련해 극단적인 형식설을 취한 1심 판결은 노조의 자주성이라는 이름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말살하고, 노조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규정을 가장 극단적인 노조 탄압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3. 결론

노조에서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는 단순히 멤버십의 문제가 아니다. 노사 간 대등한 당사자로서 사용자에 대한 사회적 반대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노조는 그 활동과정에서 언제나 해고의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특히 노조의 간부나 활동가는 언제나 사용자에 의한 해고대상 1순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노조 간부가 해고되는 순간 노조에서 배제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조의 지위가 부정돼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노조의 존립 여부를 사용자의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이를 이유로 한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가 정당하다고 본 이번 판결은 교원 및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한낱 장식물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시킨 시대착오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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