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사람은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않고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조 중간착취의 배제 원칙은 1998년 파견법이 만들어짐으로써 사실상 무력화됐다.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다양한 이름으로 중간착취는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들을 사고파는 인력업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사람장사와 중간착취를 확대하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고 부처별로 세부실행계획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대다수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이며, 고령자에 대한 파견허용업종 확대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단시간과 초단시간 노동 확대, 사내하도급법 입법 등 노동력 유연화에 대한 실행계획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직업안정법도 손대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와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직업안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전용면적 20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실’이 있어야 직업소개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유료 직업소개소 등 다양한 직업소개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민간유료직업소개소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미 2010년 노동부는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법명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직업안정법은 ‘근로자의 직업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고, ‘민간부문의 협력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인력이 원활하게 수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목적으로 삼겠다고 한다. 노동력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각종 민간 인력중개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이동이 많아지므로 인력중개산업은 활성화된다. 소개료나 파견료 등 중간착취가 많을수록 인력중개산업은 확대된다. 그리고 한 번의 직업소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중간착취를 하는 파견이 확대돼야 한다. 즉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인력중개산업 활성화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2010년 정부가 내놓은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매우 거세자 정부는 해당 법안을 관철시키는 대신 시행령을 조금씩 개정하기 시작했다. 구직자 수수료 상한선을 높이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을 민간직업소개소에 개방하는 등 고용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해 왔던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민간인력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문제라면서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안은 직업소개소의 ‘사무실’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인데, 이미 사무실 없이 인터넷으로만 직업소개를 하는 업체들의 취업사기도 심각하고 불법파견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일하려면 취업을 알선해 주고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관은 당연히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 공공 고용서비스를 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고용보험료를 내는 것이며 정부가 고용보험료의 일부를 공공 고용센터를 운영하는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구직정보가 보호돼야 하며, 취업사기와 중간착취, 그리고 일상적인 불안정성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소개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고 민간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해서 인력소개를 돈 버는 산업으로 만들려고 한다.

일자리를 찾을 때 인력소개업체에 돈을 지불해야 하고, 일자리를 얻고 나서도 중간착취를 당해야 하며 그런 파견업체들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계속 떠돌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직업안정법 개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미 노동부에서 이야기하듯이 이번에는 직업소개소의 ‘사무실’에 대한 규제를 없애지만 이후에는 해당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 규제를 없애는 만큼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니 파견허용업종을 늘리는 파견법 개악을 막고, 온갖 간접고용을 합법화하는 사내하도급법을 막을 뿐 아니라 직업안정법 개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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