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선팀장
그런데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각 정당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비정규직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독 잘 거론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의 문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연구용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법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가 최소 2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도, 근로기준법도, 노동조합도, 4대 보험도 어떠한 권리도 인정되지 않기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신세’라고 자조한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라는 요구를 일관되게 거부해 왔다. 총선을 앞두고 당명까지 바꾼 새누리당 공약에는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동부가 초안을 작성하고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외 19명이 공동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재 학습지교사·레미콘기사·골프장 경기보조원·보험모집인에 한해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사업주들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종용하는 바람에 보험 가입률이 미미하다. 그래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의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는 법 개정안이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는데, 개정안을 제출한 당사자인 여당 의원들에 의해 무력화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한 보험협회·레미콘협회 등 자본의 막강한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공약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월31일 민주통합당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노동공약에는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러나 2월27일 민주통합당과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발표한 노동공약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를 개정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고, 노조가 아니라 ‘단체’만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법안은 18대 국회로 이어져서 2008년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대표발의로 다시 제기됐는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체행동 금지와 직권중재제도 실시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옛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법안과 현재 민주통합당·한국노총이 내놓은 법안 사이에는 180도 방향전환이 있다. 이처럼 급격한 방향전환이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인지, 총선을 앞둔 공약(空約)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음주쯤 민주통합당의 전체공약이 발표된다니 확인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여야 각 정당들이 특수고용 문제를 유독 부담스러워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야 정부가 사용자이니 장밋빛 공약을 내놓아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 문제는 노조를 해결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한, 사용자 앞에서 약자인 개별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그런데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자본의 막강한 반대에 막혀 있다. 각 정당들의 저울추가 자본쪽으로 기울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로 기울지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