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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노동자 장해등급 재판정하고 연금까지 환수한 복지공단 '제동'서울행법 "치료종결 당시 아닌 10년 이상 경과 후 측정 결과로 장해 여부 재판정 위법"

산업재해로 장해를 입은 노동자를 추적조사해 장해등급을 재판정하고 그동안 받았던 장애연금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한 근로복지공단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왔다.

2일 법률사무소 마중(대표변호사 김용준)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판사 손성희)은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이 A씨에게 내린 장해등급재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05년 6월 하수관로 매설공사를 하던 중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로 엉덩이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고환과 복강·방광 손상·파열과 요추 신경근병증·하둔신경 손상에 따른 추가상병으로 2007년 4월30일까지 병원 신세를 졌다. A씨는 2007년 5월 공단에서 장해등급 1급8호(두 다리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공단은 지난해 1월 A씨에 대한 최초 장해등급 결정에 명백한 하자가 있었다며 장해등급 1급 판정을 취소하고 10급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2007년 5월부터 현재까지 받은 장해연금 차액과 간병급여 중 소멸시효가 남은 금액 1억2천574만8천10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부동산과 자동차를 압류당했다.

법원 "목발 보행으로 장해등급 미달 단정할 수 없어"

공단은 A씨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 이후 이동보조기구 구입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2005년 대학병원에서 퇴원해 정형외과로 전원할 때 목발 보행이 가능하다고 기재돼 있는 사실 △2007년 병원에서 양쪽 다리에 대한 도수근력검사 결과 엉덩이(고관절)·무릎·발목의 근력이 모두 'GOOD(중력과 어느 정도 저항하에서 능동적 관절운동)'으로 평가된 사실에 비춰 장해상태가 1급에 미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공단이 선입견을 가진 상태에서 기획조사를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장해등급을 직권취소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서울의료원 신경외과에 A씨 신체감정을 촉탁한 결과와 전체 취지를 종합한 뒤 "공단이 치료종결 당시 A씨의 하지 운동기능 장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해등급 10급에 불과하다는 공단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치료종결 당시 목발 보행이 가능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하지 운동범위 제한이 장해등급에 미달할 정도로 경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공단이 A씨 장해등급을 10급으로 재결정한 2017년 12월21일 서울북부지사 정형외과 자문의사회의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자문의사회의는 A씨의 고관절 운동가능범위를 측정하고 "장해등급에 미달하는 경미한 운동범위 제한만 존재한다"고 봤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관절·신경 장해는 시간 경과에 따라 호전 가능성도 있다"며 "치료종결 당시가 아닌 그로부터 10년 이상 경과한 측정 결과를 기초로 장해 여부를 판단한 것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A씨의 치료종결 당시 장해등급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이를 공단이 입증하지 못하고, 그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 운동범위를 측정해 장해등급을 재판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다.

"장해노동자 보험사기꾼 취급하는 공단 관행에 경종 울린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55조)은 신경정신계열 같은 특정 원인 장해에 대해서만 최초 장해등급 판정 후 2년 뒤 1회에 한해 재판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단은 장해등급 결정 이후 십수 년이 지난 뒤 최초 장해등급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장해연금 지급을 중단했다. 심지어 그동안 받은 장해연금을 부정수급으로 보고 3년치를 환수하는 처분까지 내려 산재노동자들의 원성을 샀다.

법원이 공단의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김용준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도 한 개인의 신체를 수색할 때는 영장 같은 적법한 절차를 밟는데, 공단은 20여년 넘게 어떤 절차도 없이 산재 장해노동자를 몰카로 찍고 주거지에 들이닥쳐 누워 있는 장해노동자 다리를 만져 보고 장해등급을 시도때도 없이 직권취소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공단 부정수급예방부서 직원들이 1급 산재 장해노동자 집에 들어가 신발에 흙이 묻었는지를 조사하고, 재해노동자 다리를 만지면서 "못 움직이면 살이 쪄야지 왜 마르냐"는 비아냥을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증언이다.

그는 "공단이 산재 장해노동자를 잠재적인 보험사기꾼으로 간주하고 무분별하게 장해등급을 재결정하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이번 사건 진행하면서 공단이 장해등급 직권취소시 부당이득 환수 처분을 하지 않기로 내부 지침을 개편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밝혔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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