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일까 필연적인 결과일까.

광주광역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공장에 다니는 윤아무개(42)씨가 겪은 일이 그렇다. 공장에서 무거운 부품을 나르는 윤씨는 오른쪽 어깨를 다쳐 올해 3월 근로복지공단 광산지사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4월에는 끊어진 어깨 근육을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윤씨가 장해진단 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2일 공단 광주지역본부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규정과 달리 육안 진단, 장해등급 떨어져
 

윤씨가 다닌 병원 주치의는 "어깨관절 운동각도가 320도"라고 진단했지만, 공단 자문의는 "390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단 자문의 판정대로라면 주치의 소견보다 장해등급이 떨어져 윤씨가 받을 장해급여 액수에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런데 공단 자문의가 실시한 장해진단 방법은 공단 보상업무 처리규정에 어긋난다. 공단 규정에 따르면 환자의 어깨관절 운동각도를 측정할 때에는 검사대 위에 눕히거나 엎드리게 해서 각도기를 이용해야 한다. 병원 주치의도 검사대와 각도기를 이용해 장해 정도를 진단했다.

하지만 공단 자문의가 윤씨를 소파에 앉힌 뒤 팔을 들어 돌리면서 육안으로 판정했다는 것이 윤씨 주장이다. 윤씨가 황당했던 이유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같은 일 당해
공단 “원칙 준수” 약속


그는 2013년에도 왼쪽 어깨 연골을 다쳐 산재를 인정받은 뒤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공단 광산지사에서 장해진단 심사를 받았다. 당시 주치의는 윤씨의 어깨관절 운동각도를 350도로 측정했지만, 공단 자문의는 390도로 판정했다. 그때도 자문의는 검사대와 각도기를 이용하지 않고 육안으로 판정했다. 진단하는 과정에서 윤씨의 어깨를 무리하게 돌리는 바람에 어깨 병세가 악화되기까지 했다.

금속노조와 윤씨는 규정을 어긴 공단의 검사방식에 항의했고, 광산지사는 윤씨의 어깨상태가 진단 과정에서 악화된 점을 인정해 장해등급을 상향했다.

장해진단 심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공단 본부는 2014년 7월 공문을 통해 “측정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답했다. 공단은 “장해심사 과정에서 각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운동범위 측정은 의학적 영역으로서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불만요인 최소화를 위해 각도기를 사용한 운동범위 측정 및 보상규정에 따른 측정원칙을 준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단이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2년7개월 만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아직도 내부규정에 따른 측정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공단 “사실관계 확인 중”

윤씨는 5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공단 내부규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자문의들이 지난번처럼 눈어림으로 대충 보고 난 뒤 장해등급을 낮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 심사방식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그는 "대다수 산재노동자들이 공단 내부규정을 몰라서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윤씨 주장에 대해 공단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본부 관계자는 “어깨관절 운동각도를 측정할 때 검사대에 눕거나 엎드리는 것은 측정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다만 각도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는 진단 당일 촬영한 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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