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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트라우마 보호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산재 트라우마에 우는 피해자들 치유법 없나’를 주제로 이 지면을 꾸민 것이 세 달여 전이다. 2017년 5월1일 노동절에 일어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병을 앓는 피해자·목격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뒤다. 정부는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했다. 이후 산재 인정을 받은 이들은 늘었으나 아픔은 연장되고 있다. 2주마다 받는 상담치료 시간은 짧고 약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고 한다. 3개월마다 산재 요양기간 연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치료나 휴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불안감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할까.

▲ 김영환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피해자

사회 복귀에 초점을 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치료시스템 필요
김영환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피해자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계기로 산업재해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가 일부 형성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산재 신청과 승인은 물론 치료 과정에서도 제도적 한계가 있다. 어렵게 산재를 인정받아도 3개월마다 요양기간 연장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치료도, 휴업급여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산재 트라우마라는 것이 3개월만 치료받는다고 완치되는 것이 아님에도 기존 시스템을 이유로 3개월마다 나의 상태를 증명해야 하고, 더 이상 치료받을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치료와 치유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아가 산재 트라우마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치료가 절실하다. 산재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담사에게 질 높고 깊이 있는 상담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 대구근로자건강센터에서 불안하고 분노가 치미는 나의 상태를 오롯이 이해하고 동의해 주는 상담사와의 상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잠시 얻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산재 트라우마를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 있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상담사와 센터가 전국에 있어야 한다.

특히 치료와 사회 복귀가 분리돼 있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하고 있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은 장해등급 12등급까지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산재(14등급)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참여할 수 없다. 치료의 목적이 사회 재복귀가 돼야 함에도 이를 위한 시스템은 부재한 것이다. 산재 피해자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와 재취업 프로그램이 연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조기 극복이 중요, 상담·치료센터 늘릴 것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의 경우 적시 대응과 조기 극복이 중요하다.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대전 한화 폭발사고나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처럼 충격적인 산재 경험, 동료의 자살에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 노동자 심리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해 트라우마 증상을 조기에 극복해야 한다.

정부는 직업적 트라우마 상담을 위해 대구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주변 동료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에 조기대응해 효과를 봤다. 현재 한 곳인 상담센터를 내년까지 세 곳으로 늘리려고 한다. 그동안의 위탁운영 방식에서 안전보건공단 직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내년 운영 성과를 보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산도 확보할 것이다. 올해 한 곳을 운영하는 데 2억원이 투입됐는데, 내년에는 3곳에 15억원을 지원한다.

상담 외에 치료도 중요하다.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 10곳에 치료센터를 만들려고 한다. 정신건강 전문의가 트라우마 예방부터 치료까지 담당한다. 직업적 트라우마를 이겨 내려면 법과 제도, 인적·물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질환을 감추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는 인식을 노동자와 사업주가, 사회 전체가 가지면 좋겠다.

▲ 양선희 직업적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 부센터장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하나로는 역부족
양선희 직업적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 부센터장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한다. 위험한 줄 알지만 일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고가 난다. 동료가 다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분노가 터진다. 무기력하다. 다시 그 일을 할 자신이 없다. 퇴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9만여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지만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동료의 자살, 동료의 갑작스런 질병이나 사망, 구조조정·해고 등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한다. 산업재해 영향이나 누적 사상자수는 대형재난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러나 산업현장 재해나 사건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치료받았는지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 알려지지 않는다. 모른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의 핵가족 시대, 1인 가족 시대, ‘헬리콥터맘’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은 독립적이기보다는 의존적으로 키워지지만 구조적으로 의지하거나 도피할 곳이 없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는 도움을 위한 시간을 낼 수도 없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돼야 한다. 2018년에 태어난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는 전국에 하나다. 산업재해로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다녔다. 하나로는 역부족이다.

▲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

직업적 트라우마,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

노동자가 직접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당한 것이 아니더라도 동료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위험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노동자는 정신적 충격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2차적인 산재로 이어진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마필관리사 자살,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등으로 인해 노동자의 트라우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산재를 입고 트라우마를 경험하면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여전히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힘들어하는 이들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한다. 대형 산재같이 충격적인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에 대한 직업적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조의 산업안전보건 활동이 작업환경 개선과 더불어 노동자의 심리적인 측면까지 돌볼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는 점이다. 트라우마는 주변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가 대구근로자건강센터에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3곳으로 확대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트라우마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과 관리가 필요하다.

▲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작업중지 해제절차에 트라우마 치유 항목 추가하자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은 긴급하게 치유 대상과 전문기관·상담공간을 확보해 산재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용노동부는 전국에 하나뿐인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1개의 전문상담센터가 전국을 담당하는 기형적인 운영이 진행 중이다.

걸음마를 떼지도 못한 산재 트라우마 사업이 제대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기업은 산재사망을 직·간접으로 겪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기상황에 신속하고 긴급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충분한 치유시간을 가진 뒤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생계 걱정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산재보험 제도를 정비하고 심리치유 전문 상담가를 포함해 관련 인력을 대폭 양성해야 한다. 현재 1곳에 2억원 수준인 전문상담센터 재정도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한다. 노동부가 가진 지원체계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재원을 네트워크화해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작업중지 해제절차에 산재 트라우마 치유 관련 항목 추가를 적극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노동자들의 심리상태까지 고려한 작업중지 해제가 이뤄질 때 재해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제도와 체계의 한계로 제2·제3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노동부는 물론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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