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내용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 등 노동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한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가 열리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 이후 시작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확대 같은 유연근무제 전반으로 옮겨붙고 있다. 여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현행 3개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야당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무제 확대까지 요구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에 그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에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마저 확대되면 노동계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 18일 선택적 근로·재량근로 노사 의견 청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 국회에서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를 열었다. 노동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2월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도출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3개월→6개월)을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더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과 재량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단위로 정해진 총 노동시간 범위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현행 정산기간(1개월)을 3개월 내지 6개월로 확대해 노동유연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장이다.

임이자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은 소위 산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확대,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50인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추가 의견이 나왔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 경사노위 합의안 외에는 수용 불가하다는 의견을 밝혀 18일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한 IT업계 노사와 탄력근로제 사회적 합의 주체인 한국노총·한국경총을 불러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연장과 선택근로제 확대가 딜의 대상이냐”는 기자 질문에 “6개월을 전제로 한 합의는 아니다”면서도 “협상은 열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소위에서 "경사노위 합의안을 국회가 발목 잡는 것은 옳지 않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연장을 주장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노사 의견 수렴과 관련해 올해 3월 탄력근로제 관련 국회 논의를 거친 만큼 추가 노사 의견수렴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까지 확대되면 노정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역시 "더 이상 유연근무제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노동시간단축 시행 이후 재계 반발이 거세지자 사실상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사회적 대화로 공을 떠넘겼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가 합의를 도출했지만 노동자위원 계층별대표 3인이 반발했다. 경사노위는 본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식물국회 장기화로 국회 안건 처리가 요원해지며 사회적 갈등만 증폭됐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올해는 결정체계 개편까지 추진했다. 최근에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세 번째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노동계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환노위는 18일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관련 노사 의견을 청취하고 전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노동관계법 심의·의결을 시도한다.

건설노동자 임금체불 막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가결

이날 고용노동소위는 2016년 발의 후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이 18일 환노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건설노동자 체불근절을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와 전자카드제 도입·퇴직공제부금 인상이 현실화한다. 퇴직공제금 지급요건은 완화된다. 또 퇴직공제금 지급기준인 근로일수 252일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65세가 넘으면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건설기계 노동자(1인 사업자) 퇴직공제 당연가입은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건설노동자들은 2017년 11월 고공농성을 하며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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