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에 지친 건설노동자들이 휴게공간이 없어 아무 데서나 쉬고 있다.(위 사진) 직접 그늘 쉼터를 만들기도 한다.(아래 사진)

 

"콘크리트 타설공들은 아침부터 점심을 먹을 때까지, 점심을 먹고 퇴근할 때까지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일해요. 콘크리트 경화작업 때문에 체감온도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데도 말이죠. 레미콘 차량이 돌고 있다는 이유로 못 쉬게 합니다. 타설공 숫자를 조금만 늘리면 교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도 건설회사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타설공을 폭염 사지로 몰아넣고 있어요. 사방이 철근으로 돼 있는 공간에서 중량물 작업을 하는 형틀목공이나 철근공도 마찬가지예요. 건설현장은 현기증만 나도 발을 헛디뎌 추락사할 수 있는 위험한 곳입니다." 김창식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동남지대 부지대장의 말이다.

있으나 마나 한 폭염대책
건설현장 99% 폭염 관련 법규 위반


13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폭염시 물·그늘·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무용지물이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건설노동자 38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설문조사를 했다. 건설노동자가 일하는 대부분의 현장(99%)에서 폭염 관련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24조(보건조치)는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건설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73.5%)은 설문조사에서 "휴게공간이 없어 아무 데서나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에서 폭염 경계 단계인 35도가 되면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건설노동자 78%는 "별도 중단지시 없이 계속 일한다"고 대답했다. 폭염 관련 법규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폭염은 사회적 재난, 폭염 예산 따로 마련해야"

건설노동자들은 "폭염이 찾아오면 옆에서 망치질하던 동료가 핑 쓰러지기 일쑤고,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며 "무더울 때만 반짝 하는 폭염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폭염 대비 예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서울시 사례를 전국 건설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35도가 넘으면 서울시가 발주한 건설현장의 오후 시간대 실외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작업을 중단해도 노동자 임금을 깎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서울시가 시공사에 비용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공사 현장 1천여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6천여명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 하루 들어가는 예산은 2억원 수준이다.

강한수 노조 토목분과위원장은 "정부의 폭염대책은 실질적인 예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공공공사만이라도 서울시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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