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시정명령 제도 망령이 아직도 노동현장을 떠돌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와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가 체결한 2017년 임금·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당 단협은 올해 6월 말 효력이 만료됐다. 노사가 새로운 단협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 중인데, 노동부가 굳이 지금 시정명령 의결을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요청해 노사 자치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노동부 각 지방고용노동청이 지방노동위원회에 형틀목수 기능공 노동조건을 명시한 2017년 임단협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조항은 단협 2조로 "회사가 개설하는 (건설)현장에 조합원을 고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는 해당 조항이 다른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박탈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건설현장의 불법 고용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라고 반박한다. 정미경 노조 정책부장은 "언뜻 보면 건설노조 조합원만 고용한도록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 재하도급계약이 아닌 건설업체와 건설노동자가 직접고용관계를 맺겠다는 내용"이라며 "건설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부당노동행위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이런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다른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올해 단체교섭에서 문구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단협 시정명령을 밀어붙여 사용자에게 유리한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단협 시정명령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노동부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 지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3천여개 사업장 단협에 대한 사법조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위법 여부 판단은 사법부 몫인데도 행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노사자치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13개 지방노동위 가운데 4개 지노위가 시정명령 의결에 대한 심의를 마쳤다. 서울지노위와 경기지노위는 노동부 시정명령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충남지노위는 교섭기간이라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했다. 전남지노위는 시정명령할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노동부의 위법 주장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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