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0만원짜리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 두 명의 청년노동자가 섭씨 1천200도의 쇳물을 뒤집어쓰고 숨지는 산재사고를 일으킨 캐스코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캐스코는 우리나라 대기업 순위 9위의 LS그룹 계열사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는 법원 판결이 제3의 용광로 사망사고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17일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지난 15일 캐스코 대표이사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K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유족과 합의가 됐고 성실히 조사에 임했기 때문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이달 11일 “캐스코가 신규설비를 설치할 경우 안전성 평가를 거쳐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K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캐스코에서는 박아무개(27)씨와 허아무개(28)씨가 용광로의 리모컨이 고장 난 상태에서 수작업으로 래들(용광로 쇳물을 옮기는 기구)에 쇳물을 붓는 과정에서 래들이 뒤집히는 바람에 1천200도의 쇳물에 타 버려 시신조차 남지 않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건 이후 노동부는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였고, 표준 안전난간 미설치를 비롯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 22건을 적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번 사고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킨 구조적 살인”이라며 “법원이 기업의 살인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어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캐스코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0년 충남 당진 환영철강 이후 2년 만에 재발한 용광로 산재사망 사고다. 당시 검찰은 환영철강 사용자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는 솜망방이 처분을 내렸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장(공인노무사)은 “사업장에서 중대 사망재해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이 산재사망 사고 이후 부담하는 비용이 산재예방을 위한 비용보다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노동부 근로감독 대상업체 99.3%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반면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1심 재판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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