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업자들이 급증하자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함께 주요하게 추진한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훈련이었다. 한국은 사업주와 재직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던 각종 직업훈련에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능력개발계좌제도를 새로 실시했다. 중국의 경우 중화전국총공회의 주도로 1천만 농민공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해 취업자수 증가 등 가시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격차처럼 중국에서도 도시-농촌 출신 노동자 간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반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을 갖춘 구직자들이 부족한 것도 양국의 공통된 문제다.

노조가 주도한 직업훈련 성과

한국의 국제노동협력원(원장 원정연)과 중국의 총공회는 지난 24일 베이징에 있는 직공지가 호텔에서 ‘한-중 노조 취업 및 직업훈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노동계·경영계·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맞아 실시한 직업훈련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중국의 경우 총공회가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총공회는 도시 출신 노동자들에 비해 보험 등 사회보장장치가 취약한 농민공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천만 농민공 지원사업’에 총 10억위안을 투입해 1천393만5천명의 농민공들에게 직업훈련과 취업상담을 제공했다. 그 결과 207만2천명의 농민공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총공회는 이와 함께 정부 부처와 공동으로 가사서비스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노조 자체 교육기구를 통해 지난해 1년간 13만7천명의 가사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해 60.6%인 8만3천명을 취업시켰다.

총공회가 대졸 실업자들을 위해 교육부와 공동으로 진행한 ‘불우가정 대졸생 햇볕 취업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채용박람회와 인턴 일자리 제공·창업지원 등을 통해 대졸생 15만2천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쩌우 전 총공회 보장사무부장은 “(총공회가) 노동자의 대표자와 보호자로서 취업알선·직업교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효과적인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결과 취업상황을 안정시켜 큰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주도해 노사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과는 달리 노동계가 노동자들의 직업훈련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총공회가 중심이 돼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한국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본부장과 류기정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의 직업능력개발사업의 경우 노사와 지역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많은 실업자와 고급인력 부족에 따른 인력난을 동시에 겪고 있다. 총공회에 따르면 현재 도시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가 2천400만명 이상이지만, 기업의 일자리는 1천200만개에 불과하다.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산업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 노동자의 기술수준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쩌우 전 부장은 “노동자 소양과 일자리 수요가 서로 맞지 않는 구조적 갈등이 두드러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의 구직난과 노동자의 취업난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베이징시 노동자 1천600만명 중 300만명이 다른 지역 출신이다. 이들 중 90%를 차지하는 농민공들의 한 달 평균 소득은 1천300원이지만, 도시 출신 노동자들의 소득은 두 배 이상 많은 3천원이다. 총공회가 농민공 직업훈련에 비중을 많이 두는 이유다. 기업의 도산 우려에도 임금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한·중 고용시장

이런 현상은 40여년 먼저 정부 주도로 직업훈련제도를 정착시킨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장홍근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한국의 직업훈련은 경제성장과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훈련기관 등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기업들의 훈련 수요에 능동적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2009년부터 직업능력개발계좌제를 실시하고 있다. 구직자가 훈련종목을 선택한 다음 계좌를 만들면, 정부가 계좌를 통해 최대한 200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다. 기업 수요조사를 통해 훈련기관의 훈련종목을 결정했기 때문에 수요자 중심의 훈련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까지 9만여명이 훈련에 참가했고, 경제위기 극복에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에 미용·조리 등 서비스분야에 훈련생들이 집중되면서 되레 기업들의 인력수요와 괴리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중소기업의 직업훈련 참여율은 대기업의 6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왕 쉰웨이 총공회 경제기술부부장은 “한국의 풍부한 직업능력개발 경험은 중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슷한 점도 있는 만큼 향후 교류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김성진 협력원 국제국장도 “오늘 세미나를 통해 양국 직업훈련의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다”며 “최고의 사회보장이라는 고용을 위해 양국이 서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동남연해 파업, 중국 노사관계 변화 예고
상하이·광저우 등 중국의 동남연해 지역이 중국 노사관계·노동시장 변화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에서 단체협약 체결을 담당하는 장 젠궈 단체계약국장과 부주석급인 리 써밍 서기처 서기는 한국대표단과의 만찬에서 “동남연해에서 파업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광저우 혼다자동차 부품공장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는 등 중국의 동남연해 지역에서 잇따라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 물가가 올라가면서 임금인상 요구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혼다 공장의 파업을 주도한 노동자들은 총공회에 소속되지 않은 ‘비노조원’들이었다.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총공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불법파업에 해당하지만 정부나 사용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관련법에는 파업을 지지하지도 않고, 금지하는 내용도 없다”는 것이다. 리 써밍 서기는 “공장 내부에서 생산을 중단했을 뿐 사회안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을 금지하거나 처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총공회는 노사관계 안정과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모든 사업장에 공회를 결성하고, 상시적인 노사협상 제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노사갈등이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극심한 노사분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동남연해 지역의 임금과 물가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내륙의 서부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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