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상조업체 보람상조 대표를 거액의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전국 12개 그룹 사업장을 압수수색했다. 1일 아침 신문은 대부분 주요기사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6면 머리기사로 <파산위기 상조업체 47곳 … 한 푼도 못 받을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상조업 소비자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을>이란 제목으로 사설까지 실었다. 매일경제신문도 사회면에 <고객들 “내 돈 돌려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사회면에 <고객 돈 횡령혐의 보람상조 그룹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보람상조 회장 비서가 매달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씩 상자로 돈을 받아가 전체 횡령액이 100억원이 넘을 것이란 내용도 나왔다.

언론의 모든 관심이 천안함에 몰렸는데도 용케 대형 상조회사의 비리가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비리가 드러나는 데는 숨은 얘기가 있다.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번 보람상조 비리는 ‘노동 문제’다. 보람상조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열악한 노동조건을 극복하고 상조업계의 비리척결을 위해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조에 '보람상조현장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가입했다. 부산지역일반노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대표적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하자 두 달 동안 보람상조는 가히 노동탄압 사례전시장 수준의 탄압으로 응했다. 계열사 대표가 가스총으로 조합원에 대한 폭력 테러를 자행하고, 노조 간부 해고를 단행했다. 노조가 지난해 7월2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자 보람상조는 합법적 쟁의에 각종 고소·고발로 응했다. 물론 노조의 파업은 지난해 7월27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결렬 이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그룹 대표가 장로로 있는 교회와 자택, 부산지방노동청을 순회하며 보람상조의 내부비리를 폭로해 왔다. 그러나 노동부는 가스총 사건을 부산 동부지청에서 서울 강남지청으로, 다시 의정부지청으로 이첩하면서 석 달 동안 시간을 끌었다.

이 많은 시간 동안 제도언론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장례지도사와 승무원, 행사요원들로 구성된 보람상조 노동자들의 1년에 가까운 호소에도 침묵하던 언론이었다. 급기야 노조가 회사의 회계장부와 회장 비서가 돈을 받아 가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서야 관심을 보였다. 보람상조는 8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부산 동구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기도 의정부의 보람병원 등 12개 사업장을 거느린 상조업계 최대 조직으로 그룹의 면모까지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홍보광고는 “고객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회장의 형인 그룹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형과 동생이 함께 고객 돈 100억원을 빼돌린 뒤 국내외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사들이고 거래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람상조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 1면에 해명광고를 싣고 "횡령은 사실이 아니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 검찰 보도자료만 받아쓰지 않고 저임금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먼저 취재했다면 남다른 특종도 했으련만 그렇게 움직이는 언론은 없었다. 상조업계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3년 72개였던 상조업체는 2008년 281개로 4배 가량 늘었다. 자본금이 1억원도 안 되는 업체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 이런 난립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상조업체가 늘어나는 이유가 뭐겠는가.

노조는 늘 이런 자정력을 갖고 있다. 언론이 폐기물업체 노조를 열심히 취재하면 대형 관급공사의 구조적 비리를 알 수 있고, 공무원노조를 열심히 취재하면 단체장들의 비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늘 주요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동선을 구축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올해 4천110원인 최저임금을 4천100원이라고 잘못 쓴 신문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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