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여성의 빈곤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하한선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여성정책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대표 정문자)가 18일 서울 서교동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주최한 ‘신자유주의와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베르그만 독일 전 여성부장관은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독일 통일 후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이 추진되면서 여성취업률이 독일 전체로 볼 때는 증가했지만, 동독만 두고 볼 때는 오히려 통일 전보다 낮아졌다"며 "여성들의 총노동시간은 변동이 없는 가운데 여성들 간의 노동 재분배만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통일 후 저임금 생계직 종사자 중 여성이 약 70%에 달했다. 베르그만 전 장관은 "여성노동자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저임금과 단축노동시간이라는 두 가지 악조건이 합쳐지면 생계보장에 필요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며 "이들은 대개 보조수입원이 아닌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독일 연방통계청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제 근무자 3명 중 2명이 생계유지가 자신의 수입에 달렸다고 대답한 바 있다. 최근 독일 가족 수입원에서 여성 봉급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르그만 전 장관은 “임금 하향 추세에 하한선을 긋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여성정책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의 법적 규제는 여성 정책의 첫걸음"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은 불안정한 삶을 넘어 당사자의 민주주의 가치 경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돌봄 노동 등 전통적 여성 직업에 대한 낮은 평가 재고 △노동시장 및 보육시설 개선을 통한 비자발적 시간제 근무자 축소 △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수 제한 및 추가적인 사회보장책을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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