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소비·고용 등 실물경제 지표가 불안하지만 주식시장은 한때 1천800포인트를 넘으면서 반등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9월12일의 코스피지수는 1천477포인트였다. 1년 후인 지난 11일 코스피지수는 1천651포인트였다.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1년 동안 오히려 11.8%가 상승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주식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4개 나라에 불과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9월12일부터 10월29일까지 우리나라 코스피지수가1477.9에서 968.9로 509포인트나 급락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전문가들은 주식시장 호황의 실체를 두고 지난해 주가폭락을 주도했던 외국자본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주식시장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호황은 사상 최대의 개인 금융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중순 발표한 ‘2분기(4~6월)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개인 금융자산은 1천825조 5천억원이다. 은행 대출금 등 금융부채는 818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1천7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927조 2천억원)에 비해 79조9천억원(8.6%) 늘었다. 이는 2002년 말 새 통계 기준이 적용된 이래 가장 높은 증가세다. 늘어난 금융자산은 묶인 돈이라 언제든 주가나 환율 변동 등에 의해 다시 줄어들 위험을 안고 있다. 주식은 호황이지만 한국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하는 가계대출의 증가는 심각한 규모다. 지난달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인 22조6천억원이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3.4%로 추락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예금취급 기관의 가계대출은 7.5%나 늘었다. 연구소가 분석한 가계의 채무능력 추이를 보면 가구당 평균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지난해 139.9%에서 올해 1분기 142.3%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전년보다 2.1%포인트 늘어난 78.3%에 달했다.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실장은 “경기 회복세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확장정책의 결과”라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회복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현재 경기회복은 기술적 반등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