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년여 만인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사의를 결정한 황 회장의 용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했던 서울 명동점 1인 시위와 대자보 부착 등을 중단했다. 황 회장측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리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KB금융지주회장직과 이사직을 동시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낸 이유로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황 회장은 금융위 결정 이후에도 거취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이에 지부는 22일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황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지부는 “황 회장의 경영판단과 관련한 정당성 여부는 금융감독 당국과의 공방을 통해 가려질 일”이라며 “KB금융지주 3만여 직원 입장에서는 조직의 안정성을 훼손했던 현 사태가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지주 이사회는 25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회장 유고시 직무대행은 부회장·사장 순으로 맡게 돼 있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이날 사실상 회장추천위원회 구성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강정원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무대행의 임기는 통상 3개월이지만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까지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회장추천위원회가 조기에 구성될 경우 외부인사의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있어, 노사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