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등 인권단체 활동가 25명이 13일 민주당사를 점거한 것은 3년 이상 '줄타기'를 해온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논의가 '빈 껍데기'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2일 민주당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에 핵심이 되는 △독립적인 시행령 제개정 권한 △인권위원회에 대한 명예훼손 면책 △수사 종결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권한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임위원 수 △피의자 및 증인 신문권한 등을 삭제하거나 축소·약화시킨 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인권위가 설립되더라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인권 활동가들이 더욱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번 민주당 당정협의 과정에서 법무부 '입김'이 크게 작용해 지난달 8일 민주당이 민간단체와 합의한 사항을 무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인권사랑운동방은 "국가인권위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대상인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의 설계에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며 "주인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음에도 머쓱해하고 물러나기는커녕 '호령'을 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투쟁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14일 민주당 당무회의 결과에 추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