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노동자들의 산업재해율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유는 산재 사례가 상당 부분이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대한산업의학회가 주관한 ‘산재취약계층·사회적 취약집단 및 산업안전보건 행정서비스 취약집단의 재해실태와 건강보호방안’ 세미나에서 김현주 단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3년 산재 승인건수는 남성노동자 8만1천346건, 여성노동자 1만3천578건으로 여성이 남성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물리적·화학적 유해인자에서 비롯된 산업재해를 초점으로 하는 국가통계자료들은 생식보건·작업장 폭력·이중부담과 같은 여성 특이적 건강 문제를 설명하는 데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식보건에 관한 연구들이 대체로 임신·출산에 관련된 건강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건강 문제인 월경통·월경불순 등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94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여성의 자연유산율은 6.65%로 비근로여성(4.54%)보다 높게 나타났다. 금융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자연유산율이 더 높았다.

김 교수는 이어 작업장에서 성희롱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 문제와 직장일·가사노동의 이중부담에 따른 건강 문제가 노동안전보건의 주요 문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법 역시 여성노동자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성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는 영세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면제되고 있다”며 “보건관리자 선임기준이 안전관리자보다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로 남성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소음·분진·화학물질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초기부터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여성에게 더 많다고 알려진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는 2003년에야 신설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별 산업재해발생률 분리통계 작성 △노동안전보건 규제완화 저지 △소기업에 대한 산업보건 지원사업을 여성이 집중되는 업종까지 확대 △직무스트레스와 작업장 폭력 등 여성노동자가 많이 노출되는 유해인자 이슈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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