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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출동대기조’예요. 대체차량이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안 토목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덤프·굴삭기 노동자들은 지난 11일부터 일손을 놓고 있다. 천막농성을 진행한 지 24일로 13일째다. 현대제철이 발주하고 엠코가 시공을 맡은 해당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있었다.
“작업이 오전 7시에 시작됩니다. 오전에 오는 순서대로 배차를 해 주는 경우도 있고 아침 체조도 해야 하기 때문에 6시까지는 와야 돼요.”
20년 동안 덤프트럭을 운전한 김용준(43)씨의 말이다. 지난해 6월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가 하루 8시간 작업이 명시된 표준임대차계약 현장 정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후 전국의 토목현장에서도 하루 8시간 노동이 정착돼 가고 있다. 지난해 파업 이후 김씨도 당진의 동국제강 현장에서 하루 8시간 작업했다.
“8시간 노동을 해 보니까 다시 10시간 일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요. 차가 고장 나도 수리하러 갈 시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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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작업이 시작되면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휴식시간이 거의 없다. 굴삭기를 운전하는 문성현(43)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저녁 8시”라며 “아침저녁으로 가족들 얼굴 볼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8시간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가족과 함께 아침저녁을 먹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파업에 들어간 11일 이후 집에 딱 한 번 다녀왔다.
"주말도 따로 없어요. 비 오면 어차피 일을 못하니까 돈을 벌려면 일요일에라도 나와서 일해야죠."
건설노조 충남건설기계지부 당진지회 조합원 250여명은 3월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하루 8시간만 일하자고 결의했다. 두 달 동안 지역 선전전을 벌였고 지난달 1일부터는 현대제철 현장에서 하루 8시간 작업을 했다.
처음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하청업체들이 뒤늦게 8시간 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김영보(48) 충남건설기계지부 당진지회장의 말이다.
“지난달 8시간만 작업을 했다고 업체들이 조합원 150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3월부터 일한 것에 대해서도 돈(운송료)을 주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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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지회 조합원들만 참가했던 파업은 22일부터 지부 전체 조합원으로 확산됐다. 23일 전국의 건설기계지부들도 현대제철 현장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회사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현대제철 인근 길목 10여곳을 차단하고 ‘몸으로’ 대체차량 투입을 저지하자, 회사는 최근 바지선을 이용해 평택항에서 당진항으로 트럭과 굴삭기를 들여오고 있다.
회사측은 하루 8시간 노동이 플랜트공정까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양곤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하루 8시간 노동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며 “법대로 하자는 것은 당연한 요구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파업은) 시공사와의 문제이고, 시공사와 노조 간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표명은 혼선만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6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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