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와 운영자금난을 겪고 있는 GM대우자동차를 묶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현대+기아'와 'GM대우+쌍용' 간 양강체제로 재편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중국경제학부)는 2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쌍용차 회생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정부 주도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지형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 '설비감축·기술개발'에 주력

정 교수는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개별기업의 부실처리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동향을 근거로 제시했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해 과잉생산의 문제가 표면화됐다. 전 세계 자동차기업들의 생산능력은 6천만대에 달하지만 수요는 4천500만대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기 대응방향을 생산설비 감축과 신기술 개발로 구분했다. 신기술은 새로운 연료자동차와 교통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된다. 미국과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프라투자를 통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자동차산업 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규제 실패(40%)와 기술의 낙후성(30%), 경영부실(15%), 높은 노동비용(15%) 등의 순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세계 각국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로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동차기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죽이는 경영정상화 방안

반면 정 교수는 쌍용차가 지난 8일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철학과 전략의 부재'라고 평가절하했다. 정 교수는 이를 "쌍용차를 죽이는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매출증대·수익성개선·경쟁력 강화 등의 생존 역량강화와 단기 유동성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는 정리해고와 유휴자산 매각에 치우쳐 있다.

정 교수는 "미국에서와 같은 다양한 위기원인 분석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주주의 경영부실의 책임이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중국 상하이차로의 부당 기술이전 및 유출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며 "위기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해 정리해고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체 인원의 36%를 정리해고할 계획이라면 우선 대주주의 지분을 소각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며 "위기원인 분석이 배제된 구조조정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쌍용차 경영정상화 방안은 단순히 매각가치를 극대화해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회생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쌍용차 경영정상화 방안에 있는 재정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과 부동산 매각대금이 재정마련 계획의 전부"라며 "결국 자금조달은 노동자의 몫이 되는 셈이며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정리해고의 근거로 제시된 현대차와의 인건비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매출원가 대비 인건비는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낮고, 제조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은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며 "주력 차종이 다른 기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GM대우+쌍용, '1사 2사업부'로 가야

정 교수는 이에 따라 독일에서 진행되는 기업개선형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GM대우와 쌍용차 문제의 경우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며 "모기업인 GM의 파산위기와 맞물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GM대우차와 쌍용차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GM대우차는 소형차 생산, 쌍용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디젤엔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두 기업을 하나로 묶어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문이다.

정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한 자동차산업의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며 "두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기업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부실자산 처리형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경영권을 획득하는 기업개선형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른바 '재건형 도산절차'를 거쳐 자본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자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GM대우차와 쌍용차를 한 회사로 묶은 뒤 각자 독립브랜드를 사용하는 '1사 2사업부' 형태를 거론했다. 두 기업이 가진 각 분야의 경쟁력을 발전시켜 나가고 이에 더해 '현대+기아'와 'GM대우+쌍용' 간 양강체제를 구축하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현대·기아차그룹 일강체제를 허용한다면 독점으로 인한 산업적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의 미래과점 차원에서 GM대우차와 쌍용차를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 대한 책임, 반드시 물어야

토론자로 참가한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은 "GM대우차와 쌍용차를 하나의 기업 또는 기업군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해 '한시적 공기업'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공 원장은 "한시적 공기업 형태로 경영해 어느 정도 정상화된 뒤 기업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98년식 구조조정은 곤란하다"며 "당시 인수합병과 해외매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기아'를 한 축으로 삼고, '대우+쌍용+삼성'을 한 축으로 하는 방향으로 업체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대우+쌍용+삼성'은 정부 지분매수를 통해 국유화 단계를 거친 뒤 사회적 공유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유화 단계에서는 '정부+채권단+노조'로 이사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은 "정부 주도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필요하나 그에 앞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GM대우차와 쌍용차는 초국적 자본의 생산공장으로 이용됐고 현재 용도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기업에 대한 특별조사를 진행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자본유출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 4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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