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금융정책·감독기구를 개편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업무 분리 △감독과 정책업무 구분 △시장과 기관업무 담당기관의 이해상충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으로 나뉜 금융관련 부처 조직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로, 국제 금융정책은 기재부가 맡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당시 감독기능은 금융위가 담당하고 수행기구는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에 맡겼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년 만에 다시 금융관련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국은행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준비위원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은에 기존 감독기구와 다른 차원의 감독기능을 부여한 한은법 개정안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현재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하는 한은의 설립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모두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현재 금융권은 금융위와 금감원이라는 시어머니 둘을 두고 있는데 한은법이 개정되면 시어머니가 세 명이 된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구하는 정부가 이번 개편으로 감독기구를 금융위로 통합해 시어머니를 한 명으로 줄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젇부는 개편 과정에서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폐지, 감독과 정책을 이른바 '금융감독청'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의 입법부와 사법부가 통합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정책과 감독이 통합할 경우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정책 문제에 집중하고 감독을 상대적으로 소홀히할 것"이라며 "금융위기로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무엇을 규제할 것이냐가 중요한데도 조직개편 논의에 이 부분이 빠져 있다"며 "정책과 감독의 기능조정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 4월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