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6일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 하려면 제대로 하자' 보고서에서 "농협개혁위의 신경분리안은 농민과 정부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지만 연합회체제와 경제사업 중심의 신경분리를 주장하는 개혁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년 끌어온 신경분리=신용사업은 금융사업, 경제사업은 유통과 가공사업을 말한다.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문제는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제기된 중요한 농협의 개혁과제였다. 정부 차원의 논의는 지난 94년 당시 농어촌발전위원회에서 처음 시작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재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신경사업을 농협중앙회가 함께 하고 있다. 장경호 실장은 "박정희 정권이 강제로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농협중앙회를 만들고 중앙회장을 정부가 임명해 농협을 정권의 하수인 삼은 것이 현행 농협중앙회의 출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80년대 이후 농업 개방으로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 보다 신용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돈이 안 되는 경제사업은 '천덕꾸러기' 신세였고, 돈 되는 신용사업만 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협 본연의 기능인 유통과 가공사업 등 경제사업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와 노동계의 주장도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장 실장의 설명이다.

◇신경분리 방식 놓고 엇갈리는 입장=농협 신경분리는 연합회체제로 할 것인가, 지주회사체제로 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다.
농민단체와 농협노조 등은 신경분리 방식에 대해 연합회체제와 경제사업 중심의 신경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를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하고, 현재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자산을 우선적으로 경제사업연합회에 이관하는 것이다. 남는 자산으로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출자하는 것으로 경제사업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특히 연합회체제는 출자금액에 상관없는 '1인 1표' 원칙을 통해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지주회사체제는 주식회사의 개념으로 주식보유 지분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농협중앙회와 정부는 지주회사체제와 신용사업 중심의 신경분리를 주장해 왔다. 농협중앙회를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하고, 금융지주회사가 일반 은행업무, 금융업무, 상호금융 운영업무 등을 담당하는 금융자회사를 두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지주회사도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둘 수 있지만 농협중앙회 자산은 우선적으로 금융지주회사에 출자된다.
노동계와 농민단체들은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신경분리는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사업 분야를 스스로 알아서 생존하라고 하는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농협, 농업금융 전담 특수은행으로=정부와 농민단체의 입장 차이에는 농협을 농업을 위한 특수은행으로 바라볼 것인지, 투자수익을 위한 일반은행으로 바라볼 것인지라는 뿌리 깊은 시각차도 존재한다.

장 실장은 "이번 농협개혁위의 신경분리 추진방안은 연합회체제와 지주회사체제를 절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방안이 농협중앙회를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함과 동시에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 산하에 각각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실장은 "신경분리 초기에는 연합회가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의 50% 이상을 점유하겠지만 증자, 매각, 합병으로 지배주주가 바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와 대형 투자은행 설립을 추구하는 현 정부의 성향으로 고려하면 이 같은 지적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4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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