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결정인가요? '강한 정부'에선 노사정위원회가 설 땅이 없습니다. "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구체적 시행방안을 논의해온 노사정위원회가 제도 시행 자체를 유보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위원회 실무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가라앉아 있었다.

"민감한 문제를 모두 훗날로 넘긴 것입니다. 노사정위가 좋은 일을 하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했는데 한계도 느껴지고, 위원회에 대해서도실망스럽고. "

실무자는 힘없이 말끝을 흐렸다. 노동운동을 하던 그는 노사정위 출범과함께 '참여 속의 비판'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에 참여했다.

'노사정위 무용론'이 제기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뭔가해낼 겁니다"라고 말해왔으나 이번엔 스스로도 단단히 실망한 것 같았다.

1998년 노사정위의 출발은 얼마나 화려했던가. 사회합의모델을 추구하며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던 고용조정 조항을 노촵사대타협으로 노동법에 넣었다.

노촵사촵정 3자가 조금씩 양보하며 이뤄낸 합의는 IMF관리체제를 극복할수 있다는 희망을 내외에 알린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노사정위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더니 올 들어서는 무기력 그자체다. 노사정위의 퇴락은 '강한 정부'임을 스스로 선포한 정부측이 '노동개혁' 추진을 내세우며 '불법파업에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는 엄포를 되풀이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조정기능이 없는 대립은 아무도 원치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나간 뒤 산하 노조의 정치파업이 크게 늘어난 사실도불길한 조짐이다.

'강한 정부'는 '유연한 정부'이기도 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다시금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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