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1시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이지만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는 50여명의 학생·학부모·선생님들이 모였다. 교육청이 지난 10일 해임·파면 징계조치를 내린 선생님과 그들의 제자·학부모들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아이들을 볼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 우리 아이들인데….”
윤여강(광양중학교·50) 선생님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선생님과 함께 이 자리에 모인 7명의 선생님은 지난 10월 교육청에서 실시한 일제고사에 앞서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설명을 적은 ‘편지’를 발송했다. 교육청은 지난 10일 '편지'를 이유로 해당 선생님에게 해임·파면의 징계조치를 내렸다. 편지는 일제고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부모의 선택권을 부여했고, 각 학급 안 10여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체험학습은 학부모가 개인 의사에 따라 학교에 신청하는 것으로 교육청이 권장하고 있는 학습제도다. 하지만 교육청은 선생님들에 대해 성실의무·복종의무·품위유지 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징계했다.
아직 7명의 선생님들은 징계결과에 따른 통보서를 받지 못했다. 징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징계가 결정되고 해임·파면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생님들은 이날 교육청 앞에 모이기 전 오전 수업을 했다. 징계결과가 언제 통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수업’인 것이다.
최혜원(길동초등학교·26) 선생님은 오전 수업에 들어가 아이들의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아이들이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담임 선생님의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최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고 한다. 최 선생님 학급의 학생들은 각자 적은 편지를 선생님 손에 들려줬다. 삐뚤삐뚤하게 못난 글씨체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편지에는 ‘선생님과 함께 졸업하고 싶어요’,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들에겐 여전히 최 선생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인 윤 선생님의 학급 제자들은 직접 윤 선생님을 찾아와 옆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조퇴를 신청하고, 교육청 앞으로 나오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조퇴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조퇴 처리’되거나 ‘졸업식때 상을 주지않겠다’는 등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김지은(가명·16)양은 “조퇴를 신청하고 나오는데도 우리가 나가지 못하게 밀치거나 쫓아와서 잘못된 것도 아닌데 마치 도망가듯이 나왔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선생님은 결코 나쁜일을 할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당당해요.”
이어 전국교직원노조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기자회견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초등학생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쳤다. ‘불법적인 파면·해임 철회하고 공정택 교육감은 즉각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앞자리에 서 있던 한 선생님은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도 잊고 아이가 골목을 돌아 나갈 때까지 바라보았다.
설은주(유현초등학교·29) 선생님은 “아이들의 응원 문자가 많이 와요. 주로 ‘힘내라’는 문자지만 과학수업 어디서 하냐고 확인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은 너무나 순진한데 교육청의 태도로 우리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이들의 징계철회를 위해 교육청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공정택 교육감 퇴진촉구 서명활동을 벌였다. 각 학부모 단체도 이들의 징계철회를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생님들은 내일 또 ‘마지막 수업’에 임한다. 아이들에게 수업 진도를 맞춰 나가겠다고 약속한 선생님도 있다. 아직 가르쳐주고 얘기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다. 징계를 당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간 선생님도 있었다.
“교사에게 아이들과 떨어져 있으라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어요.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출근해 제가 1년간 가르쳤던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볼 거예요.”
<매일노동뉴스 12월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