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비정규직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이 부각됐다. 대선 영향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도 진입했다. 표 쏠림 현상은 크게 완화됐다. 지난해 1위 득표자의 경우 80표를 훌쩍 넘었지만 올해는 72표를 얻는 데 머물렀다. 그래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변하지 않은 공식은 있었다. 바로 그룹별로 지지하는 사람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조직 사람 찍기도 계속됐다.
 
‘빅 3’굳어지나
 
찬찬히 살펴보면 전체 득표에서 1위를 한 이석행 위원장이 이용득 위원장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민주노총에서 이용득 위원장에게 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민주노총 소속 응답자 가운데 8명만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민주노총 응답자 순위도 지난해 4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대선레이스가 한창 펼쳐지고 있을 때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정책협약 대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한 의도적 배제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석행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 18표를 얻었다. 순위는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부의 수장이 이른바 ‘빅 3’로 굳어지는 현상도 일어났다. 이는 물론 대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사정 각 그룹이 자기 수장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노총에서는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노총에서는 이석행 위원장이, 정부에서는 이상수 장관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용득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 1위,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 2위, 이상수장관은 노동부에서 2위였다. 재계에서는 이수영 경총회장이 2위를 차지해 지난해 4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때문에 ‘올해의 인물’조사를 일종의 인기투표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응답자 가운데는“사실상 인기투표다”, 혹은“매우 상업적이며 선정적 설문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선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룹별로 10위권에 포함시킨 인물도 차이가 크다. 한국노총은 정치인들의 진입이 두드러졌고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대표들이 속속 주목받는 인물로 선정됐다. 재계와 정부 그룹에서는 관료들이 약진했다.
 
그룹별 대선후보 시각차
 
정부는 이상수 장관을 선두로 이용득 위원장과 이석행 위원장, 홍준표 의원, 김성중 위원장, 단병호 의원이 뒤를 이었다. 국회와 전문가 그룹은 이용득 위원장, 이석행 위원장, 이상수 장관, 김경욱 위원장, 단병호 의원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재미있는 점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시각차가 그룹별로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소속 그룹에서는 이명박 당선자(7위)를 비롯해 문국현 후보(10위)를 10위권 안으로 등극시켰다. 정동영 후보와 권영길 후보도 각각 13위와 14위를 기록했다. 재계는 이
명박 당선자와 권영길 후보를 공동 5위에 올려놨고,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를 공동 15위로 꼽았다.

반면 민주노총은 권영길 후보를 3위로 꼽은 것을 빼놓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15위에 이명박 당선자, 16위에 정동영 후보가 자리 잡았을 뿐이다. 문국현 후보는 아예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정부 그룹 역시 10위 안에 단 한 명의 후보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자가 13위, 권영길 후보가15위를 기록했다. 정동영 후보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문국현 후보는 역시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재계 비정규 투쟁 무관심

비정규직 관련 투쟁 사업장에 대해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김경욱 위원장(2위), 고 정해진 조합원(6위),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지부장(8위),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9위)을 높은 순위에 올려 놓았다. 한국노총은 김경욱 위원장을 7위에 올렸고 국회, 전문가 그룹도 4위에 꼽았다. 정부 그룹도 11위에 김경욱 위원장을 뽑았다. 하지만 재계는 이들 모두에게 한 표도 주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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