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조상님 묘를 찾았습니다. 벌초는 돈 들고, 시간 걸리고, 몸도 힘든 일입니다. '중노동'이지요. 낫이며 예초기를 등에 지고 고르지 않은 산길을 헤매다 보면 어느덧 땀이 흥건합니다. 바람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지나던 계곡물에 세수하고 발을 담그면 세상 시름이 사라집니다. 오랜 부락친구를 만난 아버지는 자꾸만 어머니 눈치를 봅니다. 소주 한잔 하고 내일 가라며 자꾸만 잡아 끄는데 못 이기는 척입니다. 아버지의 활짝 웃는 모습도 참 오랜만입니다. 고향의 경제적 가치를 굳이 따지고 들 게 아닙니다. 9시간이 걸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벌초대행업체 노동자들의 시급과 노동조건 따위를 떠올려봤습니다. '매일 노동' 하는데서 비롯된 못된 병이지 싶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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