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6월말 초비상'이 걸린 것은 하반기에 본격화될 구조조정이 이달말 줄줄이 나올 반기 결산실적, 잠재부실 비율, BIS비율 등경영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6월말 경영지표가 부실하면 구조조정의 표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는게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은행의 위험 자산 축소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의 금융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6월말 비상
은행은 하반기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금융기관 차별화 현상에 따른 자금이동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시중은행들은 무수익여신비율 BIS자기자본비율 총자산수익률 등 자산건전성지표를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은행은 오는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할 은행권 잠재 부실과 추가대손충당금 적립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은행별로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잠재부실 규모를 보고했지만실사 결과 잠재부실이 보고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은행들은 잠재부실에 대해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경우 손익을 맞추기 힘들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BIS자기자본비율도 떨어지게 된다.
최방길 신한은행 종합기획부장은 "잠재부실와 충당금 규모가 드러나면 투자자들은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판단할 수 있게 돼 시장에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은행으로 분류됐던 곳이라 하다러다 잠재부실 규모가 예상치 이상인 것으로 판명되면 고객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잠재부실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은 되야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밖에도 투신사에 묶인 수익증권 평가문제, 대우채권 처리문제 등 곳곳에 암초들이 있어 은행은 초비상 상태이다.
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기업여신이 많아 최근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중견기업들로 인해 부실이 늘어날까 노심초사하고있다.
하나은행은 출자회사인 한국종금의 부실처리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돼난감한 처지이고 한미은행은 외자유치로 자본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우량은행으로 꼽히는 주택은행도 6월말 결산을 앞두고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섰다.
올들어 우량은행으로 부각되면서 고객들의 예금이 크게 늘어난게 오히려 부담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늘어난 예금을 모두 운용할 수 없어 신용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했는데 여기에서 위험자산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 자금조달길 막혀
은행의 이 같은 상황이 기업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은행이 위험가중치가 높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인수를 외면하고 국공채 투자에만 주력하고 있어 일부 기업외에는 직접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있다.
올 들어 은행권에 시중자금이 몰린탓에 은행 대출이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에는 대출이 나가고 있지 않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주택담보 등 개인대출에 집중됐고 기업대출의 경우에는 일부 우량대기업이나 신용도가 확실한 일부 중견기업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견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금융시장에 나돌고 있어 기업들의 돈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