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운명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지난해 괜찮은 장사를 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총자산은 총영업 이익 증가와 변액보험 등 투자형 상품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수익증가, 이에 따른 특별계정자산 증가 등에 기인해 두 자릿수 증가를 보였다. 생명보험사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12.1%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연간 최대치를 갱신하면서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그나마 장기손해보험의 급성장으로 만회해 소폭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또 다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2007년 경기가 경기둔화 우려와 변액보험 급성장세 진정 등의 영향으로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의무보험 비중이 높아 경기 민감도가 낮은 손해보험업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 또 외국계보험사의 시장점유율 상승도 국내 보험사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리스크 중심 감독체제(RBC) 도입 등으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금융권 최대 이슈인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 방카슈랑스 확대, 온라인 보험 확대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올해 이슈다.

보험사노조들 역시 올해 인수합병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어느 회사도 인수합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을 통한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상장'으로 양극화 심화 우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상장이 올해 최대 이슈다. 생명보험사 상장은 증권계의 자통법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증권업의 투자은행(IB)에 걸 맞는 기회를 생명보험사에게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상장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면 되지만 중소형사들은 자본 확충을 통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할 경우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형사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최근 외국계 보험사들이 급성장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이 20.2%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지난 2001년 3월말 5.8%에 불과했던 외국계 점유율이 5년4개월만에 3.5배나 상승한 것이다. 반면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빅3의 점유율은 2001년 3월말 80.9%에서 올 7월말 63.3%로 17.6%포인트나 급감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향후 방카슈랑스의 확대 실시와 한미FTA 등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생명보험의 대표 상품인 사망보험이 2008년 4월부터 방카슈랑스에 포함된다.

대물 아웃소싱·자통법, 구조조정 부추길 듯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보험체계 개편으로 인한 자동차 손해율 감소와 장기손해보험상품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 확대와 자동차보험까지 방카슈랑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범위 축소는 손해보험사들의 성장성 지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정부는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과잉 진료 방지 등을 위해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업계는 이 경우 장기손해보험 시장의 30~40%가 잠식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보업계는 이외에도 올해 구조조정을 야기 시킬 많은 요인을 안고 있다. 올해 4월 시행예정인 리스크평가제도(RAAS)와 오는 2008년 시해예정인 지급여력제도 선진화(RBC) 제도 등도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제도들은 지급여력이 100%가 안 될 경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제도다.

한편, 메리츠화재와 한화화재, 제일화재 등 중소형사 중심으로 대물업무의 아웃소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자통법도 구조조정을 부추길 요인이다. 산별노조인 손해보험노조는 올해 중소형사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핵심 사업으로 상정해 놓고 있다.
 
음주단속과 손해보험사 상관관계는?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만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5년 8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연속 2년째 적자가 불어난 것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이 같은 적자원인을 급격히 높아진 손해율에서 찾고 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보험사의 이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2%정도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하면 계약자들에게 100원을 받아 72원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0~90원을 보험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라는 설명이다. 2005년부터 손해율이 급격히 높아져 지난해 11월말 현재 79.2%를 기록하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5일제 시행에 따른 교통사고 증가나 외제자동차 급증 등이 원인이다. 이들은 사회적 현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원인들이다.

하지만 무인단속 카메라 철거나, 선거 전후로 단행되는 음주운전·교통법규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의 대대적인 사면은 손해보험업계를 난감하게 한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음주운전자들의 대규모로 사면되면서 교통사고율이 급증했다는 게 손해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자동차 사고율이 높아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경영도 악화됐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음주단속이 강화되느냐의 여부도 경영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600억을 투입해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손해보험사들이 떨고 있다. 또 다시 사면이 단행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설계사 스카웃 경쟁
생명보험사간 설계사 스카우트 싸움이 치열하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승환계약에 대한 조사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승환계약은 스카우트된 설계사가 종전 보험사의 가입자에게 계약을 해지하도록 한 다음에 자신이 옮긴 보험사와 새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부당 모집행위로 금지돼 있다. 지난 1월 생명보험협회와 함께 조사반을 구성해 스카우트 현황과 승환계약 실태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또 금감원과 생명보험협회는 대규모 스카우트로 많은 피해를 입은 보험사로 하여금 상대 보험사를 사업활동 방해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전문적인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변액보험과 펀드 등을 판매하기 위해 남성 설계사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영업에 투입할 수 있는 다른 보험사의 설계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보험사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신생 생명보험사들 중심으로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 기존 보험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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