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전망을 낙관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호전 소식까지 전해지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중소형증권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중․소형증권사들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전체적으로는 온라인사 증가로 인한 수수료 경쟁 심화와 증권거래소 IPO(기업공개, 상장)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경쟁상대가 더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사노조들에게도 힘겨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증권사 노조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증권사노조들은 증권거래소 상장 반대와 증권업협회 개혁 투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태세다.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도 실 근로시간 단축이나 분리직군제 폐지가 노사관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상승·자통법 호재

대우증권의 2007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에게 올해는 이익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브로커리지(주식영업)의 변동성이 줄었다”며 “이는 자통법 제정과 맞물려 증권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국금융연구원도 올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시중자금의 유입 증가로 국내증권사의 자산규모가 2006년에 이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2월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200억원과 209억원이 증가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고 대우증권도 영업이익 194억원, 순이익 201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적자를 냈던 지난 1월 현대증권과 대신증권도 174억원과 118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거래대금 증가와 수수료 수입이 늘어났고, 주가상승으로 인한 자기매매 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호조는 올해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자통법 시행은 증권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는 증권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증권사들은 앞 다퉈 자본 확충 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굿모닝신한증권(5천억원), 미래에셋증권(3천375억원), 대한투자증권(1천억원), 서울증권(2천600억원) 등이 자본 확충을 이미 완료했거나 조만간 마무리 할 계획이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등도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의 미래는 암울하다. 자통법의 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자산운용의 능력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여력이 안 되는 중소형사의 미래는 상호 M&A를 통한 구조조정 추진이나 업무영역의 특화 및 전문화만이 살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사례와 같이 필요한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매각해 버리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의 지점영업과 리서치조직을 대한투자증권으로 양도하고 나머지는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밖에 일부부서를 아웃소싱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증권사들은 지급결제기능에 기대를 갖고 있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급결제기능이 허용될 경우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 지급결제기능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자통법 통과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당경쟁·거래소 상장 악재

과당경쟁은 여전히 증권사들에게는 부담이다. 자통법 시행이 오히려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수수료 경쟁도 증권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온라인 증권사들의 수수료 낮추기 경쟁으로 증권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거래가 처음 시작된 1999에는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이 19%에 불과했으나 2000년부터는 66%로 무려 4배 가까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제 살 깎기식’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증권업계 수수료율이 크게 하락했다. 위탁매매 영업을 생업으로 하던 중소형사들의 타격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업무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수수료로 인한 수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올해 증권사들은 업무영역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 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상장도 증권업계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증권거래소가 상장될 경우 수익을 위해 상품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증권사들의 기존 업무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상장 반대·비정규직 문제 이슈

올해 증권사노조들은 증권거래소 상장 반대 투쟁에 적극 나설 태세다. 대표적인 증권사노조인 증권노조와 민주금융노조가 공동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증권거래소가 상장할 경우 시장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또 주주이익 극대화로 공적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분소유를 5% 이하로 제한함으로써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노조들의 주장이다. 특히 기업공개에 따른 차익으로 자본시장발전재단을 만든다는 방침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또 하나의 증권유관기관을 만드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증권사 구조조정 저지하기 위한 싸움도 올해의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자통법 시행으로 중소형사들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증권노조는 이에 대비해 올해 고용안정기금 확보를 주요한 사업계획으로 확정했다. 민주금융노조는 증권업협회 개혁이나 증권업 영역 확대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업협회가 증권산업의 발전보다는 규제하는 역할만 한다는 주장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최대 이슈다. 최근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다. 또 비정규관련 법안 시행을 앞두고 저 직급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실 근로시간 단축과 직장보육시설 확보도 노조의 중요한 요구다.
 
분리직군제 반대투쟁 거셀 듯
최근 증권사 전반에 확대되고 있는 분리직군제와 저 직급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 확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두서너 곳에서 분리직군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증권사에서는 저 직급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연맹은 금융계 전반에 확대되고 있는 이 같은 기조를 애초에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노조도 지난해부터 진행된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우리은행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여성단체들까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은아 증권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통일단협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4월부터 시작되는 지부교섭에서 콜센터 직원들을 포함해 정규직화 프로그램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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