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1-----------------------------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다

외환위기는 금융권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수차례 구조조정을 거쳤고, 증권사를 제외하면 은행과 보험사는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증권사 역시 온라인증권사를 제외하면 그 숫자는 외환위기 이후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아직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을 ‘폭풍전야’에 비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 28개에 달했던 은행은 5~6차례 인수합병 절차를 거쳐 10개(금융지주 포함)로 재편됐다. 상업·한일·평화·광주·경남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조흥·충북·강원·신한·동화·제주은행이 신한은행으로 각각 뭉쳤다. 또 국민·대동·장기신용·주택·동남은행이 KB국민은행으로, 하나·충청·보람·서울이 하나은행으로 재탄생했다. 한미·경기·시티은행도 한국씨티은행으로 재편됐다. 제일, 외환, 대구, 전북, 부산은행만이 은행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권에는 또 한번의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매각이 최고의 빅뱅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금융지주에 포함돼 있는 광주은행과 전남은행의 매각이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국책은행 구조개편 정책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향배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로 가닥을 잡은 상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그 기능의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1997년 58개였던 증권사는 2000년과 2001년 62개까지 증가했다가 현재는 온라인증권사와 외국증권사를 포함해 53개가 운영되고 있다.
SK증권은 신우, 경신, 동방, 태평양, 선경증권을 거쳐 현재 명칭을 갖게 됐고, 굿모닝신한증권은 효성, 쌍용, 굿모닝증권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다. 한보, 대보, 럭키, LG, LG투자증권 등은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우리투자증권으로 재편됐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국민투자신탁으로 출발해 5번의 명칭변경과 인수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 증권사 중 설립당시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신영, 서울, 한양, 부국, 신흥, 유화증권 등 6곳 뿐이다(온라인증권, 외국증권사 제외).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매매를 위한 물밑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외국투자회사의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의 시너지효과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증권업계에 조만간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게 대세다.
보험사의 경우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태다. 외환위기 당시 33개에 달하던 생명보험사는 13개 보험사 강제퇴출과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23개로(추후 설립된 수 포함) 줄어들었고, 1997년 당시 50개에 달하던 손해보험사는 현재 25개로 절반이 줄었다. 숫자 뿐 아니라 방카슈랑스 시행 등으로 조직인원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수합병 가능성은 열려있다. 현재로서는 대한생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의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은 올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한 몸집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소형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대물업무에 대한 아웃소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스 2-------
외국자본은 영토를 어떻게 확장했을까

1976년 미국의 체이스 맨하탄 은행이 서울지점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자본의 국내 정착이 시작됐다. 1994년 외국은행의 사무소 및 지점 설치 심사요건인 경제적 수요심사제도가 폐지되고, 1995년 사무소 전치주의 요건 삭제되는 등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진출규모도 확대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인수 및 현지법인 설립을 허용하면서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됐다. 이후 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 허용, 외국자본이 국내기업 주식의 33% 이상 취득시 이사회 동의를 얻는 규정 철폐, 주식 및 채권시장 개방,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각종 외자유치 정책이 도입되면서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산업에 진입했다. 또 2000년에는 뉴브릿지캐피탈이 제일은행 지분 51%를 매입, 경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인수가 본격화됐다.
진출 방식뿐 아니라 외국자본의 목표시장도 변했다. 외환위기 이전엔 외국은행 지점이 국내에 진출해 외국기업, 자국고객, 도매금융 등 한정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외국은행 설립이 허용되면서 소매금융, 국내고객 및 도매금융 영업으로 전환한다.
증권업의 경우 1998년 외국인의 국내증권사 지분보유 허용되면서 외국계 펀드를 중심으로 국내 증권사 매입보다 합작증권사 설립 등이 증가했으며, 외국계 생명보험사들도 고학력 영업사원을 통해 전문직 종사자들의 수요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박스3--------------

증권사는 귀하신 몸?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는 은행·보험상품을 제외한 모든 업무수행이 가능해진다. 대부분 모든 파생상품을 설계·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국내 금융시장을 공략하려면 증권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인기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에게 국내 금융기관들이나 외국투자회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형증권사들은 자기자본확충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다. 자체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소형증권사다. 이들 중소형증권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업무를 특화시켜 틈새시장을 노리던지, 매입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매계약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국내 대형 금융기관 중 증권사를 소유하지 않은 곳은 국민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대우증권 인수를 꾸준히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는 금융기관과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는 외국투자회사들이 국내 증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며 “이들은 대형증권사 인수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중·소형사 중심으로 매물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박스4-------------------------
IB 강화된 대우증권, 장밋빛 미래?

국책은행 개편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부방침은 산업과 기업, 수출입은행이 하고 있던 정책금융기능은 산업은행으로 통합하고, 수출입은행은 수출입업무 전문은행으로, 기업은행은 일반은행 업무로 한정해 민영화 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산업은행의 IB(투자은행)부분을 대우증권과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산업은행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꿈을 접어야 한다. 반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증권은 금융투자회사로서 날개를 달 수 있다.
이번 방안이 나온 배경에는 대우증권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고,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해외 대형금융투자회사를 키워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는 정부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IB와 대우증권이 만났을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우증권 내부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우증권은 이미 해외 금융투자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낙관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산업은행의 반발이 심하고,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대우증권이 본격적인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이번 정부 방안은 매각가치를 높이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대우그룹 부도로 인해 연쇄 부도사태를 겪었다. 이후 산업은행이 5천억원을 출자해 현재는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지분 44%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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