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노동부가 지난해 9월 로드맵 입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단절됐던 대화채널을 6개월만에 복원키로 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노동부 장관실에서 만나 지난 9.11 이후 민주노총과 노동부간의 대화 단절 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고, 앞으로 대화채널을 복원해 정책입안 초기단계부터 진지하게 대화하자는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상자기사 참조>

이에따라 민주노총과 노동부는 이달 중순경 노동부 장관과 산별노조(연맹) 대표자간 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각 산별노조(연맹)별로 안고 있는 현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노동부 차관과 민주노총 사무총장간의 상시적 대화창구도 재가동키로 했다. 이전부터 차관과 총장간 대화채널이 있었으나 역시 9.11 이후 중단된 바 있다.

서로의 신뢰회복을 위해 민주노총이 제기한 장기투쟁 사업장에 대해서 노동부와 민주노총이 긴밀한 협의를 위한 ‘논의 틀’을 마련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하이닉스, KTX, 기륭전자 등 20여개 장기투쟁 사업장 명단을 노동부에 전달했으며 ‘논의 틀’은 앞으로 차관-총장간 대화시 구체적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특히 이번 만남에서 대화채널 복원을 통해 정책입안 ‘초기단계부터’ 진지하게 대화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현재 노동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 필수유지업무 등에 대한 TF 등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 참여는 아직 곤란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날 이 장관은 노사정위 참여를 제안했으나 이 위원장은 “노사정위 참여를 위해서는 노사정간 산뢰회복이 선행돼야 하나 아직까지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밖에 이날 만남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의 비율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제기가 있었다. 조합원수로는 민주노총이 제1노총인데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비율은 한국노총 과 민주노총이 7:3 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한 관계자는 “노동부가 매년 조사하는 ‘노동조합 현황’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근거해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조정할 수 있겠지만 지역별로는 양대노총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남에 대해 민주노총과 노동부는 일단 ‘대화채널 복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무늬만 대화가 아닌 실질적인 대화가 되려면 양자간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함을 의미하는 것.

시금석은 민주노총이 강조한 특수고용직, 비정규직법, 필수유지업무 TF 가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동부는 필수유지업무 TF를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 특수고용직 보호입법과 비정규직법 후속조치를 위한 TF는 가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 때문에 노동부가 ‘초기단계부터’ TF에 민주노총을 어떻게 참여시킬지 여부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9.11 로드맵 합의 언쟁
지난 2일 이석행 위원장과 이상수 장관의 첫 만남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몇 마디 인사 나누자 마자 곧바로 9.11 로드맵 입법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 이석행 위원장은 “요새 업무인수를 하다보니 지난해 9월 조준호 위원장이 미국에 간 사이 노사정이 민주노총을 제치고 합의를 했더라”며 “상당히 유감”이라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이상수 장관은 “조 위원장을 합의 직전 팔레스호텔에서 만나 오랫동안 설명하면서 ‘내일 합의하려는데 참여하겠냐’고 물었더니 못한다고 했다”며 “그래서 다음날 합의하려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합의한 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석행 위원장은 대화주체를 끝까지 안고 가지 못한 점을 질책했다. 그는 “끝까지 대화 당사자를 안고 갔어야 했다”며 “이전에도 비정규직법을 처음 만들던 때 민주노총은 함께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정부 실무단위에서 왜 민주노총과 대화하느냐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정부안을 발표해버렸다”며 정부가 초기단계부터 대화하지 않으려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9.11 합의를 둘러싼 양측의 언쟁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하는 데 그쳤지만 이를 둘러싼 불편한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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